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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재벌공화국 냄새나는 ‘뒷골목’

등록 2007-07-27 19:12

<고르디우스의 매듭>
<고르디우스의 매듭>
전직 삼성맨, 정경언 유착 까발려
재벌-중소기업 동반자 관계 강조
<고르디우스의 매듭> 김병윤 지음/두레스경영연구소·1만2000원

삼성 신입사원의 사직서가 뉴스가 되는 나라에서 전직 삼성맨이 재벌 공화국의 뒷골목을 책으로 담아냈다. 이 책의 화두는 제목인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던져진다. 프리지아의 왕인 고르디우스는 신전에 마차를 묶어놓았는데 매듭이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전설을 듣고 내로라하는 호걸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던 중 알렉산드로스가 나타나 그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전설대로 알렉산드로스는 아시아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매듭을 푼 게 아니라 잘랐기 때문에 조각난 매듭처럼 그의 대제국도 갈라지고 만다. 한국 사회의 ‘고르디우스 매듭’인 재벌 체제는 알렉산드로스처럼 쾌도난마로 풀어낼 수는 없다. 이 책은 알렉산드로스를 넘어서는 한국경제의 대안을 찾는다.

세계 100대 기업에 한국기업 몇 개가 포함되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하지만 경영의 투명성이나 도덕성을 고려할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지은이는 회의적이다. 마스크와 휠체어로 상징되는 재벌총수들의 출두 풍경은 희화적이지만
집행유예·보석→사면복권으로 화답하는 법치 수준은 비극적이다. 권투연맹 회장 출신다운 어느 총수의 아귀 돌리기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도록 방조한 권력기관 탓이다. 이 책은 정경유착은 물론 재벌과 족벌언론 사이의 화려한 혼인 인맥도를 그리며 그 공생의 배후를 짚는다.

재벌의 사회공헌활동은 반기업 정서 무마나 총수 보호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선고 공판 직전에 내놓는 기금조성 발표엔 쓴웃음이 나온다. 오죽하면 ‘먹튀’ 론스타도 사회기금을 내놓겠다고 했을까. 보고 배운 게 그거라고 한국기업들의 행태를 재빠르게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은이는 ‘반기업 정서’란 용어는 적합치 않으며 ‘반부패 기업인 정서’가 바른 표현이라고 말한다. 또 ‘문어발’보다는 ‘지네발’식 사업확장이란 표현을 쓸 것을 권유한다. 지네발식 경영은 중소기업의 싹을 잘라버리는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얽힌 실타래는 알겠는데 꼬인 매듭은 어떻게 풀것인가? 지은이는 진정한 상생협력은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동반자적 인식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힘의 균형이 상호 경쟁력 강화를 이루는 길이라는 것이다. 학력 사대주의를 극복하고 ‘신의 직장’ 연봉이 기업 평균을 웃돌지 않도록 해야 뒤엉킨 인력 시장의 매듭을 풀 수 있다는 대목도 이색적이다.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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