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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폐증 천재가 들려주는 ‘푸른색 희망’

등록 2007-08-10 18:06수정 2007-08-10 18:15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다니엘 타멧 지음·배도희 옮김/북하우스·1만2000원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다니엘 타멧 지음·배도희 옮김/북하우스·1만2000원
자폐증·천재성 지닌 ‘서번트 증후군’
요일은 색깔·알파벳은 상형문자로 인식
장애 딛고 성장하는 자전 일기가 ‘매력’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다니엘 타멧 지음·배도희 옮김/북하우스·1만2000원

세계 원주율(π)의 날인 2004년 3월14일 영국 옥스퍼드 자연사박물관. “3.14159…”에서 “…53587”까지 원주율 소수점 이하 2만2514개의 숫자를 다니엘 타멧이 5시간 9분에 걸쳐 암송해내자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터졌다.

타멧은 어릴 때 간질 발작으로 뇌기능에 장애가 오면서 자폐증과 천재성을 동시에 지니는 ‘서번트(savant) 증후군’을 갖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간질이 생긴 좌뇌의 손상을 보상하기 위해 수리능력과 연관된 우뇌가 발달하면서 생기는 것으로 일부 연구자들은 추정한다.

서번트 증후군은 영화 〈레인맨〉의 실제 주인공인 킴 픽(더스틴 호프먼 연기)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두개골에 물주머니가 차서 태어난 킴 픽은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좌반구가 손상됐지만 16개월 만에 글을 읽었고 지금은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는 게 취미다. 미국의 영화 〈레인맨〉을 영국의 다큐 〈브레인맨〉이 만나러 갔다.

2004년 솔트레이크시티 시립도서관. “79년 1월31일에 태어났어요.”(타멧) “65살 생일날은 일요일이 되겠군. 난 51년 11월11일이야.”(킴 픽) “당신은 태어난 날이 일요일이네요.”(타멧)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왼쪽)/자폐증과 천재성을 동시에 지닌 다니엘 타멧.(오른쪽)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왼쪽)/자폐증과 천재성을 동시에 지닌 다니엘 타멧.(오른쪽)
타멧에게 숫자는 공감각적인 언어이면서 친구다. 특히 외롭지만 꿋꿋한 소수(1과 자신 말고는 나눠지지 않는 수)는 그가 밤하늘을 헤맬 때 든든한 표지판이 돼준다. 공감각 능력은 언어 지각에도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도그(dog)라는 단어에서 d의 오른쪽 위로 삐죽 올라간 선은 개의 귀, g의 아래에 붙어 있는 곡선은 꼬리로 느낀다. 타멧에게는 영어도 상형문자가 되는 셈이다. 현재 10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타멧은 일주일 만에 아이슬란드어를 익혔으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자폐증 천재’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장애를 딛고 성장해 가는 지은이인 타멧의 자전적 일기에 배어 있다. 유년기에 유일하게 의지한 푸른 망토의 여인은 외로움이 의인화돼 나타난 상상 속의 친구였다. 16살에 찾아온 첫사랑은 키가 큰 동성이었고 쪽지로 건넨 프러포즈는 거절당하고 만다. 2000년 가을 마침내 이메일로 사귄 수줍은 남자 닐과 만나 운명적 사랑에 성공한다. ‘게이’인 아들의 커밍아웃에도 부모는 개의치 않고 오직 행복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베마리아〉를 좋아하는 브레인맨은 지금 기독교인이 되어 평온 속에서 천국을 만나고 있다. 그가 태어난 수요일은 푸른색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원제는 〈Born on a Blue Day〉. 타멧은 이 책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푸른 하늘처럼 희망을 심어주는 증거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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