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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40~50대 작가들 목소리 어디로 갔나

등록 2007-08-26 21:51

소설가 김영현씨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
소설가 김영현씨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
소설가 김영현씨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 펴내
소설가 김영현(52)씨가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작가)을 펴냈다. 실크로드 기행문집 <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흘러간다>(1996)를 뺀다면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1984년에 단편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김영현씨는 등단작을 비롯한 일련의 소설들로 일종의 모더니즘 논쟁이었던 ‘90년대 문학 논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산문집은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쓰던 무렵은 물론 경남 창녕에서의 성장기와 70년대 대학 시절, 감옥과 군대 시절, 그리고 권정생 김남주 박완서 남정현 등 등단 이후 만난 선후배 문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나의 문학은 나의 병력(病歷)과 다름 아니다. 다만 그 병이란 게 광풍처럼 우리를 휩쓸었던 배반의 역사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간의 객관적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30쪽)

작가는 시대와 부대끼며 때론 온몸으로 시대에 맞서기도 했던 이력을 짐짓 겸손하게 ‘병력’이라 표현하며, 자신의 문학이 그 이력/병력의 기록임을 밝힌다. 그 문학이 ‘후일담’이라는 말을 들으며 수상쩍은 시선을 받기도 한 것을 감안해 작가는 다소 수세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인데, 그 이면에 자신과 자기 세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깃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역사와 현실 앞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자기 세대 문학에 대한 긍지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단체 이름에서 ‘민족’을 빼려는 데 반대하는 견해를 밝힌 글에서도 만져진다.

표제작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선집을 아껴 가며 읽고 있노라는 이야기 끝에 어쩌다 보니 문단의 주변으로 몰려난 듯한 자기 세대 문인들의 처지에 대한 불만 어린 푸념으로 마무리된다.

“지금 한국 문학에는 오랫동안 한국 문단을 지배해온 노작가들의 목소리와 어디서 왔는지 모를 젊은 작가들의 목소리밖에 없는 것 같다. 말하자면 4, 50대의 중간 세대 작가들이 한꺼번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스크린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는 솔직히,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의 작가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다.(…)”(109쪽)

‘원로’와 ‘청춘’ 사이에 끼인 세대로서의 소외와 박탈에 대한 작가의 푸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문학과 문단 역시 일종의 생물체처럼 생성, 변화, 소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작가가 다른 글에서 썼다시피 문단이 꽃이요 새라면 “꽃은 백화난방해야 하고 새는 백조쟁명해야 아름다운 법”이며, 작가 역시 “그 중의 하나가 되어 꽃 피우고 노래하며”(31쪽) 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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