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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난장이 가족 불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07-09-02 18:07수정 2007-09-03 09:09

조세희 작가
조세희 작가
100만부 돌파 ‘난쏘공’의 조세희 작가
“처음엔 검열 걸리지 않고 세상에 나가기만 바랐는데…”
29년간 매년 3만부 판매 대기록…내년 30주년 기념도서

조세희씨의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78년 6월 5일이었다. 그러나 책에 수록된 연작 열두 편의 무녀리 격인 단편 〈칼날〉이 처음 발표된 것은 75년 12월호 〈문학사상〉에서였다. 78년 여름호 〈창작과 비평〉에 연작의 마지막 편인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가 발표됨으로써 이 책-폭탄은 세상을 향해 발사될 준비를 마쳤다.

“책을 내고서 작고한 평론가 김현을 출판사 근처 다방에서 만났어요. 김현은 ‘밤새워 읽었다. 좋다. 8천부는 나갈 거다’라며 흥분하더군요.(웃음) 그게 벌써 30년 전입니다. 그랬던 김현은 일찍 죽고, 저도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무언가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인데, 100만부가 되었다네요.”

명민한 평론가 김현이 ‘8천부’를 장담했던 〈난쏘공〉은 그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다. 90년대 초의 어느 무렵에는 순문학으로서는 드물게 100쇄를 넘어서서, 60년에 초판이 나온 최인훈씨의 소설 〈광장〉과 함께 뒤늦은 100쇄 기념행사도 열었다(1996년). 초판 출간 30년을 앞두고 100만부를 넘어섰으니 평균으로 치자면 매년 3만부 남짓이 팔렸다는 얘기다. 신작들도 1만부를 넘기기 힘든 상황을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에, 그리고 여름방학에 특히 많이 나가더군요. 올여름에도 제법 나간 것 같아요. 초판이 나왔을 때 5단 5센티미터짜리 광고 한번 한 게 다였고 지금도 광고는 전혀 안 하고 있는데 신통한 일입니다.”

〈난쏘공〉은 광고의 도움 없이 알려지고 팔려나가는 책이다. 지난 80년대에는 대학가의 필독서로 읽혔고 지금은 중고등학교의 추천도서로 사랑받고 있다. 2002년에는 어느 문학잡지가 문학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세기 최고의 한국 소설’로 뽑히기도 했다.

난쏘공 연보
난쏘공 연보
“처음 책을 낼 때는 몇 부가 팔릴 거라는 식의 예상보다는, 검열에 걸리지 않고 세상에 나가 제 몫을 다할 수 있기만을 바랐어요. 이제 30년이 지나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100쇄 기념판’ 출간 같은) 흉한 짓을 하는 이유도 지금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사회가 풍요롭고 자유로워진 것 같지만, 〈난쏘공〉을 처음 내던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봅니다. 난장이 가족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죠.”


〈난쏘공〉 출간 30주년이 되는 내년 6월에 맞추어 〈난쏘공〉과 조세희씨의 문학세계를 전반적으로 되짚어보는 기념 도서도 준비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권성우(숙명여대 인문학부 교수)씨가 편집을 맡은 이 책에는 시대와 문학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는 집중대담, 작가론과 작품론, 그리고 작가와 가까운 이들이 쓴 인물 에세이 등이 실릴 예정이다. 권성우씨는 “조세희 선생님처럼 한 작품에 문학적 염결성과 진정성을 몽땅 쏟아 부은 작가도 흔치 않다”며 “〈난쏘공〉 30년의 발자취는 한 시대의 정치·사회적 핵심과 대결한 작가 정신의 산 증거”라고 말했다.

〈난쏘공〉과 소설집 〈시간 여행〉(1983년), 사진산문집 〈침묵의 뿌리〉(1985년) 이후 작가는 신작을 쓰는 대신 카메라를 들고 노동자와 농민 등의 집회장을 찾아다녔다. 피 흘리는 노동자·농민의 사진 등 한 시대를 증거할 그의 사진들은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90년대 초 이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며 붙들고 있는 장편 ‘하얀 저고리’도 마무리는 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 주지를 않는다.

“첫머리와 결론 부분을 싹 바꾸고 싶은데, 글을 보고 있으면 어지럽고 정신이 없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내년의 〈난쏘공〉 30주년 기념 도서에 맞추어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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