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
‘코스모스’저자 칼 세이건 일대기
과학 전도사 이면의 진지한 삶 주목
대중적 활동 되레 주류 과학계 ‘눈총’
과학 전도사 이면의 진지한 삶 주목
대중적 활동 되레 주류 과학계 ‘눈총’
<칼 세이건: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안인희 옮김/ 동녘사이언스·2만2000원
미국 천문학자이자 대중적 과학저술가인 칼 세이건(1934~1996)은 알게모르게 우리도 이해하는 문화 아이콘이 돼 있다. 영화 〈콘택트〉(1997)가 그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 〈엑스 파일〉의 1997년 마지막 시즌 작품에선 외계생명체를 좇는 멀더 요원과 더불어 세이건의 모습이 의미심장한 자료영상으로 등장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도 널리 읽힌 베스트셀러 과학도서 〈코스모스〉의 저자이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코스모스〉는 60여 나라에서 5억~6억 명이 시청해 세이건은 난해한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대중에 전하는 ‘과학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때문에 넌픽션 작가인 지은이 파운드스톤은 세이건의 삶을 재조명한 전기물 〈세이건: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에서 그를 “과학 아이콘”으로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외계생명 연구에 맞추고 ‘외계생물학’이라는 새 분야의 기초를 만든 코넬대학교 교수 세이건을 일러 “외계생물학의 시인”이라고도 불렀다.
그렇지만 이 책은 세이건이 성공한 과학 대중화 인사임을 다시 보여주려는 데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세이건의 진지한 학문적 연구 성과, 그의 분명한 정치적 태도와 행동,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 세이건의 관계 등을 좀더 세밀하게 보여주려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 책에선 무엇보다 나사의 성장, 미국 우주과학의 대중문화와 세이건의 사회적 성장이 함께 이뤄졌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 미국 사회가 보여주는 화성·목성의 생명체(생명체 흔적) 탐사에 대한 열정의 뿌리가 1960년대에 자라났으며, 이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나사 조직의 발전과 세이건의 성공이 겹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이건은 인류 최초로 태양계 너머에 인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1972년 목성 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에, 어딘가 있을지 모를 외계생명체한테 실어 보낼 간략한 금속판 메시지(그림)를 처음 만든 일이 있는데, 거기엔 외설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알몸의 성인 남녀, 그리고 태양계 그림, 우리 은하 어디에서나 쉽게 관측돼 지구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중성자별(펄사)의 관측 주파수 지도’를 담았다. 이 금속판 그림은 이후에 여러 문화 작품과 상품에 이용되면서 우주 탐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는 20세기 과학저술사에서 손꼽힐 만한 과학 대중화 인사였지만, 마냥 대중을 좇았던 과학자는 아니었다.
지은이는 세이건의 자유주의적 태도를 강조한다. 마리화나를 피웠던 그는 마리화나의 무해성을 주장하는 동료의 책에서 ‘미스터 엑스’라는 익명의 인물로 등장해 마리화나를 옹호했다. 정치권력을 싫어했으며,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거듭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대규모 핵전쟁이 지구 기후에 끼칠 치명적 위험을 알리고자 노력했던 초기 과학자였다. ‘핵겨울’이라는 말이 세이건이 참여한 연구팀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이들은 대규모 핵전쟁이 엄청난 먼지·연기를 불러일으켜 환경 재앙을 초래하리라는 ‘핵전쟁 이후 시나리오’를 과학적으로 논증했다.
한편, 이 책은 과학 대중화를 바라보는 과학계 내부의 두 시선을 보여준다. 세이건은 숨질 때까지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지 못했는데 그 중요한 이유는 보수적인 회원들이 과학 대중화 활동을 과학자의 부적격 사유로 몰아 회원선출 투표에서 그를 극적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었다. 과학에서 ‘대중화’는 일반 대중한테는 쉽지만, 당사자 과학자한테는 쉽지 않은 문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칼 세이건이 고안한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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