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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겸손한 천재’ 아인슈타인 완전정복

등록 2007-11-02 19:47

‘겸손한 천재’  아인슈타인 완전정복
‘겸손한 천재’ 아인슈타인 완전정복
〈아인슈타인의 우주〉
미치오 가쿠 지음·고중숙 옮김/승산·1만5000원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월터 아이작슨 지음·이덕환 옮김/까치·2만2000원

아인슈타인의 업적-삶 중심으로 한 전기 나란히 출간
상대성 이론 진화과정·성품 등 명쾌하고 세밀히 다뤄

아이작 뉴턴(1642~1727) 이전 우주는 신화와 미신과 마법의 안개에 싸여 있었다. 1687년 출간된 뉴턴의 기념비적 저작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는 이 모호한 안개를 일거에 걷어버리고 온 우주를 시간과 공간의 좌표 위에 질서정연하게 배치했다. 신화가 사라진 자리에 과학이 들어섰다. 뉴턴의 이론이 열어젖힌 지평 위에서 근대 세계가 건설됐다. 뉴턴의 세계는 결코 흔들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200년 넘도록 튼튼하게 우주를 떠받치던 뉴턴의 이론은 20세기에 들어와 한 위대한 물리학자의 혁명으로 한 순간에 무너졌다. 낡은 우주가 사라지고 새로운 우주가 나타났다.

다 아는 대로 그 물리학 혁명가는 유대계 독일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름값이 높은 만큼 그에 관한 책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가 남긴 업적은 너무나 커서 사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관한 연구와 저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진행형의 저술 작업 가운데 뛰어난 성과로 평가받는 두 권의 책이 동시에 번역 출간됐다. 미치오 가쿠가 쓴 〈아인슈타인의 우주〉와 월터 아이작슨의 최신작 〈아인슈타인-삶과 우주〉가 그것들이다.

두 책은 아인슈타인의 삶과 이론을 아우르는 전기 작품으로 묶을 수 있지만, 뚜렷이 구분되는 특장점을 각각 지녔다.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주인공의 삶을 소략하게 훑으면서 그의 이론이 진화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추적한 책이다. 말하자면, 이론의 전기다. 〈아인슈타인-삶과 우주〉는 전기 작품의 기본 공식을 지키면서 아인슈타인의 삶을 충실히 재현하되 이론의 발견과 전개도 아울러 살핀다. 〈아인슈타인의 우주〉를 쓴 미치오 가쿠는 〈평행우주〉 〈초공간〉과 같은 저작으로 잘 알려진 이론물리학 분야의 대가다. 1급 학자의 글답게 가쿠는 아인슈타인의 난해한 이론 세계를 거시적 안목으로 정리해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아이작슨의 전기는 최근에야 공개된 아인슈타인의 내밀한 자료들을 철저히 검토해 주인공의 세계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 특징이다. 저널리스트자 전기 작가인 아이작슨은 이제까지 나온 어떤 아인슈타인 전기보다 세밀하게 아인슈타인을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논픽션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물리학 역사상 최대의 라이벌인 뉴턴과 맞세울 때 여실히 드러난다. 업적의 내용뿐만 아니라 성품에서도 두 사람은 정반대라 할 정도로 달랐다. 뉴턴은 악명 높을 정도로 과묵했고, 사람들을 피해 자기 세계에 파묻힌 은둔형이었다. 그의 신경질과 의심증은 세월이 갈수록 심해져 나중에는 삶이 거의 무너질 상태에 이르렀다. 반면에 아인슈타인은 나이가 들수록 관대해졌고 인자해졌다. 젊은 시절 모든 권위주의에 반항했던 그는 자신의 이론으로 세계를 평정한 뒤 오히려 더 겸손해졌다. 구불구불한 백발의 헤어스타일은 물리학의 상징이 되었고, 그는 대중의 우상이 됐다. 할리우드를 방문한 아인슈타인에게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나를 모두 이해하기에 환호하지만 당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기에 환호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이론의 창시자가 대중의 환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관용과 호의도 한몫을 했다고 가쿠의 책은 말한다.



〈아인슈타인의 우주〉과〈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아인슈타인의 우주〉과〈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그러나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기질적 공통점도 있었다. 하나의 문제에 맞닥뜨리면 체력이 고갈돼 쓰러질 지경에 이를 때까지 문제에 매달리는 가공할 집중력이 그것이었다. 아인슈타인에게 그 집중력이 일대 돌파구를 열어준 해가 1905년이었다. 그 무렵 물리학계의 최대 문제는 ‘뉴턴의 법칙’과 ‘맥스웰 법칙’ 사이의 화해할 길 없는 모순이었다. 두 이론은 당대 물리학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과도 같았는데, 두 이론이 화해할 길 없다면 어느 하나는 쓰러져야 했다. 뉴턴의 이론을 따르면, 빛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그것은 원리상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맥스웰 이론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빛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빨리 다가가도 똑같은 속도로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 풀리지 않는 난제를 놓고 ‘사고실험’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솟구쳤다. 아인슈타인은 그 순간을 회상하며 “일진광풍이 마음속을 지나갔다”고 썼다. 26살 젊은이는 자신의 발견을 정리해 발표했다. ‘특수상대성 이론’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것은 ‘시간·공간과 속도의 함수’였다. 운동 속도가 높아질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크기는 줄어든다. 반대로 속도가 느려질수록 시간은 빨라지고 물체는 늘어난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어서 어느 곳에서나 동일하다는 뉴턴의 이론이 이로써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10년 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을 더욱 확장해 ‘일반상대성 이론’을 내놓았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중력이론을 무너뜨렸다. 이제까지 사람들은 뉴턴의 이론을 따라, 물체가 떨어지는 이유를 ‘중력’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힘’이 아니라 ‘장’(필드)이라고 논증했다. 태양과 같은 거대한 물체는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휘어진 공간을 통해 물질이 이동하는데, 그런 휘어진 공간이 이를테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공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중력의 장(중력장)을 통과할 때는 빛도 휘어진다고 아인슈타인은 계산하는데, 1919년 일식 관찰을 통해 별빛이 태양이 만든 중력장 때문에 휘어진다는 사실이 눈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우주적 거시세계에서 뉴턴의 법칙은 영원히 추방당했다. 그해 11월16일 영국 왕립학회와 왕립천문학회에서 이 사실이 발표되자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왕립학회 회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이것은 인간 사고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과 가운데 하나이며, 외딴 곳에 있는 섬 하나가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아이디어의 큰 대륙 전체를 발견한 것에 해당합니다.” 마흔 살의 아인슈타인은 불세출의 스타로 떠올랐고, 인류는 아인슈타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지평에 놓였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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