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본 고소설 복각본 10권 나와
활자본 고소설 복각본 10권 나와
“울긋불긋한 표지가 독자들의 호기심과 구매욕을 자극한다. 호롱불 밑에서 목침을 베고 드러누워서 보기에도 눈이 아프지 않을 만큼 큰 활자로 인쇄되어 호감을 준다. 값이 싸서 농민과 노동자라도 한두 권쯤은 사 볼 수 있다. 문장이 쉽고 고성대독하기에 적당하다.”
식민 시기 문학평론가 팔봉 김기진이 이른바 ‘딱지본 소설’을 두고 한 말이다.
한 권의 값이 6전으로 싸다고 해서 ‘육전소설’로도 불린 딱지본 소설은 조선시대에 필사본과 목판본으로 전해 오던 고소설을 근대적인 납활자로 찍어낸 책을 가리킨다. ‘울긋불긋한 표지에 4호 활자로 인쇄한 100장 안팎의 소설’이 전형적이었다. 1912년 이해조의 개작소설 〈옥중화〉를 필두로 해서 1930년까지 1천여 회나 간행되었다. 〈춘향전〉은 1년에 40만부 가량 팔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활자본으로 간행된 고소설을 상당수 소장하고 있는 (재)아단문고(이사장 김호연)가 ‘복각본 고전총서’ 10권을 발행했다. 현실문화 펴냄. ‘아단문고 고전총서’라는 이름으로 나온 고전총서는 딱지본의 원래 표지와 본문을 그대로 살려서 예스러운 맛이 나도록 배려했다. ‘전우치전’ ‘심청전’ ‘저마무전’을 한데 모은 〈육전소설〉을 필두로 〈여중화〉 〈불로초〉 〈박씨전〉 〈숙영낭자전〉 〈장화홍련전〉 〈장끼전〉 〈홍길동전〉 〈조웅전〉 〈월봉산기〉 등이 1차분에 포함되었다.
식민지 시대를 주름잡던 활자본 고소설은 해방 이후 점차 퇴락의 길을 걷게 된다. 우연과 감상성의 남용, 구성의 비현실성, 묘사의 불성실, 인물 설정의 유형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고소설은 문학 향유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가 있으며, 거기에 담긴 우리 민족의 원형적 상상력과 토속적 감수성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값진 문학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이번 총서 시리즈에 해설을 쓴 국문학자 이주영 서원대 국문과 교수의 평가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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