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찌와 버마군부〉
미얀마 전문기자 버틸 린트너의 냉철한 분석
“아웅산 수치 우상 깨뜨리고 ‘88세대’ 나서야”
“아웅산 수치 우상 깨뜨리고 ‘88세대’ 나서야”
30여년 아시아에서 살아온 스웨덴 출신 저널리스트 버틸 린트너. 버마의 샨족 여인과 결혼해 1985년 내전상태의 버마 북부지역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현장탐사를 시작했다. 1988년 버마 민주화 봉기 현장에 있었으며 그 다음해 버마 군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입국금지당했으나 버마 취재와 연구를 계속해 왔다.
2005년 12월 타이 치앙마이 커피집에서 린트너를 만난 정문태 기자는 “신격화된 아웅산 수치”가 민주화세력과 세계인들의 올바른 버마 이해를 가로막고 군부한테 이용당하는 “버마 현실정치의 ‘선물’이자 ‘장애물’”이라는 데 그와 의견을 함께하고 “아웅산 수치를 중심에 놓고 버마 정치현실을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정 기자는 버마 국경지역 민주혁명 전선에서 위안이요 희망으로 신격화된, 비판 불가의 ‘성역’이자 ‘절대선’인 아웅산 수치와, 자신이 직접 만나본, 현실정치에 어둡고 “추상적인 화법을 쓰고 명상을 중요시하는 ‘신비주의자’” 아웅산 수치는 전혀 달랐다고 했다. “우상을 깨뜨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빗나간 영웅을 시민의 품에 온전히 안긴 진정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길”만이 버마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적’을 이롭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작업이었다. 그 일을 해낼 사람은 린트너뿐이었다.
〈아웅산 수찌와 버마군부〉에서 린트너가 피력한 전망은 우울하다. 그는 “상식을 가진 군부의 장교들이 군 수뇌부에 반기를 들 것”을 기대한다면서 “기대가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난다면 버마의 고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움직일 수 있는 운동세력은 거의 모두 투옥당했거나 외부로 탈출했거나 변절했다.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은 거의 해체상태다. 중국·인도 등 외부 주요국들도 버마 군부와 오히려 밀착해 있다. 그럼에도 린트너는 절망하지 않는다. 한국의 ‘386세대’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지닌 린트너는 1988년 버마 봉기의 주역, 곧 ‘88세대’에 희망을 건다. 지금 30~40대인 그들은 점차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당장 돌파구를 찾긴 어려워 보이지만, “버마의 유일한 그리고 진정한 희망은 88세대의 운동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민주화 진영 주요인물 소개, 잘 정리된 아웅산 수치와 버마 연표가 유용하다.
한승동 선임기자
미얀마 수도 양곤에 있는 야당연합 전국민주동맹 사무실에서 한 노동자가 아웅산 수치의 초상화에 먼지를 닦고 있다. 양곤/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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