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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양이와의 공존을 부탁해

등록 2007-12-14 22:01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스본행 야간열차〉
황인숙 지음/문학과지성사·6000원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앞부분)

황인숙(49)의 1984년 신춘문예 등단작은 말하자면 ‘황인숙표 고양이’의 탄생 선언과도 같았다. 조정래가 태백산맥을, 신경림이 남한강을, 김용택이 섬진강을 ‘전유’했듯이 황인숙은 고양이를 오롯이 제것으로 삼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관계가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다. 고양이들은 그에게 시를 주었고 그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었다. 새로 나온 여섯 번째 시집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시인의 동경과 찬탄은 잦아들 줄을 모른다.

처음 보는 새끼고양이에게 “어디서 왔니, 새끼고양아?”(<그 참 견고한 외계>)라고 말을 걸거나 홈리스 고양이의 새끼들을 보며 “고양아, 예쁜이들아!”(<내가 세 들어 사는 집의 뜰>) 외치는 시인에게서는 어쩐지 철부지 엄마 고양이의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고양이에 대한 매혹은 고양이의 육체와 영혼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기하학을 구현하는 내 고양이의 몸”(<란아, 내 고양이였던>)이 감탄을 빚어내는가 하면, “고양이는 기다리지 않으면서/ 지나가는 것을 바라본다”(<<손대지 마시오>>)에서 보듯 그 초연한 정신이 경외의 염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의 고양이는 매혹과 경외 이전에 인간들의 편견과 위협에 익숙해 있다. 고양이와 공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향해 그래서 시인은 묻는다.

“고양이들이 사라진 동네는/ 사람의 영혼이 텅 빈 동네입니다./ 이만저만 조용한 게 아니겠지요./ 그러면, 좋을까요?”(<고양이를 부탁해> 마지막 부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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