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라, 기억이여〉
〈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오정미 옮김플래닛·1만6000원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의 소설 〈롤리타〉(1955)의 유명한 첫 대목이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으로 볼셰비키 혁명 이후 망명자의 신분이 된 그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귀화했다. 그가 1947년에 처음 발표한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는 그가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간 1940년 이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가리켜 “작은 유리공 안에 담긴 유색의 나선”(335쪽)이라 표현하는데, 그것은 고향 러시아에서 보낸 20년과 영국·독일·프랑스에서 지낸 21년 동안의 자발적인 망명기, 그리고 그 뒤 귀화한 나라에서 보낸 시기를 변증법적으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자서전의 앞부분에서 어머니는 어린 나보코프에게 주변의 사랑스러운 것들을 가리키며 “자, 기억해”(44쪽)라고 말한다. 나보코프는 소련 정권에 대한 자신의 반대가 재산 때문이 아니라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비대해진 나의 감각”(91쪽) 때문이라고 밝히는데, 어머니의 명령에 따라 그의 머릿속에 저장되었던 기억은 이 책 〈말하라, 기억이여〉를 통해 다시금 표현을 얻은 셈이다. “인간의 의식, 즉 한 개인의 회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말들에 비하여 이 우주는 얼마나 작고도(…)하찮고 미약한가!”(25쪽)라고 말할 정도로 언어에 대한 신뢰가 컸던 작가의 아름다운 자서전이다. 최재봉 기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오정미 옮김플래닛·1만6000원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의 소설 〈롤리타〉(1955)의 유명한 첫 대목이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으로 볼셰비키 혁명 이후 망명자의 신분이 된 그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귀화했다. 그가 1947년에 처음 발표한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는 그가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간 1940년 이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가리켜 “작은 유리공 안에 담긴 유색의 나선”(335쪽)이라 표현하는데, 그것은 고향 러시아에서 보낸 20년과 영국·독일·프랑스에서 지낸 21년 동안의 자발적인 망명기, 그리고 그 뒤 귀화한 나라에서 보낸 시기를 변증법적으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자서전의 앞부분에서 어머니는 어린 나보코프에게 주변의 사랑스러운 것들을 가리키며 “자, 기억해”(44쪽)라고 말한다. 나보코프는 소련 정권에 대한 자신의 반대가 재산 때문이 아니라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비대해진 나의 감각”(91쪽) 때문이라고 밝히는데, 어머니의 명령에 따라 그의 머릿속에 저장되었던 기억은 이 책 〈말하라, 기억이여〉를 통해 다시금 표현을 얻은 셈이다. “인간의 의식, 즉 한 개인의 회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말들에 비하여 이 우주는 얼마나 작고도(…)하찮고 미약한가!”(25쪽)라고 말할 정도로 언어에 대한 신뢰가 컸던 작가의 아름다운 자서전이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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