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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9세기 러시아 미술은 ‘문학이 모델’

등록 2007-12-28 21:26

19세기 러시아 미술은 ‘문학이 모델’
19세기 러시아 미술은 ‘문학이 모델’
고골·톨스토이 등 유명작가와 작품에서 큰 영향 받아
“19세기 러시아 미술가들은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들이다. 러시아 화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당대 러시아의 삶 자체였다.” 러시아 미술의 이런 특성은 문학에 빚진 바 컸다. 19세기 러시아 문화를 이끈 것은 문학이었다고 이진숙씨의 〈러시아 미술사〉는 말한다. “푸시킨·고골·도스토옙스키(그림 가운데)·톨스토이(오른쪽)·투르게네프·오스트롭스키 등 위대한 작가들이 러시아 지성계를 주도하고 있었다. 엄격한 검열이 이루어지던 이 시기에 사회에 대한 진지하고도 급진적인 논의들이 문학비평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러시아 미술은 문학으로부터 ‘이야기 특성’만 빌려온 것이 아니었다. 미술은 문학과 내적인 관련을 맺고 있었고, 작가와 작품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그런 영향이 처음으로 나타난 그림이 알렉산드르 이바노프의 〈민중 앞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다. 20년 세월을 바쳐 1858년에 완성한 이 대작에 이바노프는 작가 고골의 얼굴을 새겼다. 희곡 〈검찰관〉(1836)에서 러시아의 암담한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했던 고골은 이후 점차 종교적 신비주의에 빠졌다. 현실에서도 예술 속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 고골리는 정신 착란 상태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는데, 이바노프는 자신의 그림에서 고골리의 그런 마음 상태를 표현했다.

이동파를 이끌었던 이반 크람스코이(왼쪽)는 체르니??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삶의 모델로 삼았다. 196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 아카데미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온 크람스코이는 이 반란에 가담한 13명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묘사된 혁명가들의 이상적 공동체를 본보기로 삼아 작업실과 주거지를 공유하는 생활공동체를 만들었다. 이 공동체가 이동파의 모태가 됐음은 물론이다. 크람스코이는 레프 톨스토이와도 각별한 인연을 맺어 그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안나 카레니나〉에 감명받아 이 소설의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를 닮은 〈미지의 여인〉을 그렸다.

이동파의 대미를 장식하는 니콜라이 야로센코는 톨스토이의 소설 주제를 그림으로 옮겼다. 그의 대표작 〈삶은 어디에나〉(1888)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직접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산다고 말한다. 야로센코의 〈삶은 어디에나〉는 죄수 호송열차에 탄 정치범과 그 고난의 길에 동행한 가족을 보여준다. 시베리아 유형지로 가는 열차가 잠시 멈추어 서 있다. 젊은 죄수의 아기가 호송열차의 창살 밖으로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준다. 모이를 먹는 비둘기를 보여 잠시 기쁨의 미소를 짓는 죄수와 아내와 아이는 성가족을 연상시킨다. “예수가 고난 속에서 사랑의 승리를 성취했듯 그들은 어디에서나 삶을, 생명을 발견할 것이다. 비둘기들이 모이를 다 먹기도 전에 기차는 유형지를 향해 덜컹거리며 떠날 것이다. 죄수를 싣고 떠난 기차는 더욱 단련된 혁명 전사를 싣고 올 것이다.”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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