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관점 벗어난 민간 연간전망 나왔다
“올해 비정규직 증가, 중소기업 어려워질 것”
진보적 두뇌집단 ‘새사연’
진보적 두뇌집단 ‘새사연’
국내의 연간 전망 보고서는 국책 혹은 기업 부설 연구소의 영역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는 전망 보고서는 국책 연구기관 이상의 권위와 영향력을 누리고 있다.
이 ‘전망 경쟁’에 진보적인 민간 두뇌집단이 뛰어 들었다. 10여 명의 상근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원장 손석춘)이 진보적인 두뇌집단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경제와 정치, 통일, 동아시아 분야를 이미 발표했으며 이번 주 산업, 사회, 세계경제, 환경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연구소는 ‘한국 국민경제 동향과 전망’에서 “올해 비정규직의 증가와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기존 전망 보고서 가운데는 실업률이 0.1%포인트 떨어지고 고용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비정규직 확대로 고용의 질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 기업투자 확대는 “수출대기업에나 해당되며 중소기업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통일 쪽에서는 미국내 분파 주도권의 향배와 테러지원국 해제 등 비핵화 2단계의 이행이 올해 남북과 북미 관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사연의 실험은 진보 진영의 정책 역량 강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존 진보 단체들은 그동안 1~2명의 상근간사를 중심으로 외부 학계 인사들에게 글을 받는 형태로 동향 분석을 해왔다.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소인 진보정치연구소도 상근 연구원이 8명에 지나지 않는다. 김병권 새사연 연구센터장은 “진보의 대안을 세우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 구도를 잘 알아야 하며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을 내놓기 위해선 제대로 된 종합적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태생적으로 대기업 위주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는 기존 기업연구소들의 한계도 지적했다. 다수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전망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새사연은 경제 전망의 최우선을 고용에 두었다. 그리고 기존 연구소가 방치하고 있는 중소기업 전망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의 질을 따져 봤을 때 미흡한 부분이 많다. 실제 전망의 토대가 되는 1차 자료는 거의 대부분 정부기관과 민간연구소 자료를 썼다. 이 자료를 토대로 상근연구원이 토론한 뒤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김 연구센터장은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 보고서 작성 과정의 자료들이 조직적으로 축적되면서 내년에는 한결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보적 학계와 단체들이 함께 태스크포스를 꾸려 공동으로 전망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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