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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월 19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1-18 18:48

〈박노자의 만감일기〉
〈박노자의 만감일기〉
■ 자신과 세상에 묻는 도발적 고민들

〈박노자의 만감일기〉

<박노자의 만감일기>는 지은이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가 ‘관찰자’로서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인터넷, 블로그에 쓰는 일기인 탓에, ‘자신과의 대화’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의도적인 ‘남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그의 다른 글과 마찬가지도 도발적인 내용이 많다. 만연한 성매매에 대해 “‘경제력에 의한 강간’이 당연시되는 건 놀랍고 경악스럽다”고 하고, 비행기 승무원의 미소를 두고는 “노동시간을 판다고 해서 미소까지 팔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영어 열풍은 “‘우리 모두’를 영어라는 물신의 광적인 숭배자로” 만든다고 일갈한다. 신뢰 잃은 종교에 대해서는 “교회나 사찰에서 ‘신앙’이라고 파는 것은 마사지 클럽의 ‘유사행위’와 다를 바 없는 신앙적 ‘짝퉁 상품’”이라고 못박는다.

고민은 개인을 넘어 역사와 사회, 우리와 국가, 민족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국 우파에게 미국은 무조건 ‘자유세계의 보루’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살아남는 이상 집단적 차별과 배제의 메커니즘들은 그대로 기능할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왜 국가 속에서 인간이 용해돼버리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가?” 태어난 러시아, 현재 살고 있는 노르웨이 등 한국 밖 세상에 대한 고민도 덧붙였다. 번뇌 속에 물음을 던지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야만에 대한 저항의 에너지”를 만들기 원한다. 박노자 지음/인물과사상사·1만4000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일기로 고발한 베트남전의 참상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베트남전쟁이 일어난 다음해인 1966년, 북부 하노이 인텔리 집안 출신 24살 여의사 투이는 남쪽 전장으로 향했다. 그는 곧 꽝 응와이 성에 있는 북베트남군 야전병원에 배속받아 전쟁과 맞닥뜨렸다. 그는 참혹한 현실을 일기를 쓰며 버텨나갔다.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는 이 일기를 모은 책이다. 2005년 베트남에서 출판돼 43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20살 안팎 어린 병사들을 친동생처럼 여겼고, 그들이 부상을 당했거나 미군에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구보다 슬퍼했다. ‘동생들’은 “어머니를 빼고 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전쟁 속에서도 청춘은 청춘. 그는 10여년간 한 남자를 좋아했다. 엠(M)이라 부른 이 남자와와 이루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번민이 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기는 1970년 6월20일로 끝이 난다. 병원은 당시 10여 차례가 넘게 미군 폭격을 당해 고립됐고, 식량은 한 끼 분량 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틀 뒤인 22일자 미군 전투보고서가 그의 마지막을 기록해놓고 있다. 마을로 내려오던 베트콩이 미군 총에 맞아 숨졌다고. 소지품으로 쌀 주머니와 북베트남군 대위의 사진과 그 대위에게 쓴 시, 그리고 일기 따위가 있었다고. 당 투이 쩜 지음·안경환 옮김/이룸·1만1000원.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마음을 표현한 단어들의 미세한 차이


〈마음사전〉
〈마음사전〉
〈마음사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본다. ‘소중하다’라는 낱말을 ‘매우 귀중하다’로, ‘중요하다’는 ‘귀중하고 요긴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은 귀중한 것을 표현할 때 아무때고 섞어쓰면 되는 말인가. 혹은 귀중한데다가 요긴하기까지 한 ‘중요하다’를 귀중하기만 한 ‘소중하다’ 보다 더 크고 가치 있을 때 쓰면 되는 것인가?

시인 김소연씨의 <마음사전>은 ‘소중하다→귀중하다→중요하다→귀중하다→소중하다…’ 식의 순환정의를 벗어나, ‘표준 사전’에서 짚어주지 못하는 ‘마음 단어’들의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 보여준다. 지은이는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두 단어를 구분한다. 그래도 ‘감’을 못잡는 독자들에게는 “애인들은 서로에게 소중하지만 아직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함이 사라지고 나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다. 부부들은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미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디론가 숨어들고 있다”며 ‘감’을 던져준다. 직관과 통찰에 한 가지 더 더해지는 것이 “십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지은이의 독특한 취미와 집요한 노력이다. 칠백 가지가 넘는 마음 낱말들의 뜻을 일일이 정리했다는 지은이는 이 가운데 300가지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어낸다. 김소연 지음/마음산책·1만2천원.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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