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엽 한신대 교수 /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 김호기 교수
‘진보개혁세력 어디로’ 포럼
위기는 사회적 이미지 부재 탓
중도와 손잡고 대중 곁으로
위기는 사회적 이미지 부재 탓
중도와 손잡고 대중 곁으로
“전두환 시대 이후 진보개혁 세력의 최대 위기 상황이다.”
지난 18일 오후 세교연구소 대회의실에서 ‘대선 이후 진보개혁세력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교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한 말이다. 세교연구소는 출판사 창비가 세운 두뇌집단으로 40대 연구자가 주축이 되어 있다. 이날 토론에는 연구자와 활동가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보수세력이 선진화를 통해 추격발전의 이미지를 제시한 데 비해 진보개혁 진영은 이에 맞설 ‘사회적 이미지’를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진보개혁세력이 “한반도에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별다른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사회적 연대와 정의의 감수성이 빈약한 사회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와 개인주의를 받아들이기 쉬운 측면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책 콘텐츠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의미하는 87년 체제의 종식을 주장하는 일부 논자들과 다른 판단인 셈이다. 그는 세계화를 받아들이되 국민국가적 형태로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민주화의 힘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세력이 문제해결의 이미지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60년대 이전 보수는 사회변화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레이건 이후 보수 세력은 시장 논리에 바탕을 두되, 진취적이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또 중도를 진보와 다른 세력의 차원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정책의 범위라는 차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김호기 교수도 일자리 늘리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제시를 진보개혁 세력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진보 세력은 천상에 있다.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10% 포인트 높은 자영업자 비율 25%를 어떻게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지, 720만명의 금융소외자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진보개혁세력은 답해야 한다.” 그는 상황 변화가 없다면 4월 총선에서 보수세력이 240석(전체 의석 299석) 가량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정책을 통한 지지기반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수보다는 진보개혁세력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서 서비스 분야나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진력하는 진보와 중도의 협력 모델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희석 전남대 교수 역시 교육과 대운하의 보기를 들며 정책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차원의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욕망과 감수성으로 표현되는 탈근대적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진보는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