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진씨 새 장편 ‘유이화’
조두진씨 새 장편 ‘유이화’
장편 <도모유키>로 2005년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조두진씨가 새 장편 <유이화>(예담)를 내놓았다.
<도모유키>는 ‘왜란’으로 불리는 임진·정유 연간의 조-일 전쟁을 일본군 하급 무사의 시점에서 다루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작가는 “<도모유키>를 쓸 때부터 <유이화> 역시 쓰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똑같이 임진·정유 전쟁기를 배경으로 삼았고, 조선인과 일본인의 관계를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일종의 ‘자매편’에 해당한다.
<유이화>(柳梨花)의 두 주인공은 조선 선비 안철영과 그 부인 유이화다. 두 사람은 일본군이 진주성을 함락할 당시 헤어졌다가 여러 해가 지나 일본에서 재회한다. 소설은 두 사람의 이별과 재회 사이에 놓여 있다.
전쟁통에 헤어졌다가, 비록 이국 땅에서일망정 마침내 재회했다면 해피엔딩이어야 마땅할 텐데 소설의 기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당신은 조선인이오!”라며 함께 조선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는 철영을 향해 이화는 말한다: “나는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이 두 아이의 어미입니다.” 이화가 말하는 아이들이란 그 사이 그가 부부의 연을 맺은 일본인 숯장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자식을 가리킨다.
민족과 국가를 앞세우는 철영에게 모성의 이름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유이화>가 <도모유키>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작가는 ‘왜란’이라는 칭호가 표상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고자 한다.
그래도 이화의 반응이 납득하기 어렵다면 두 사람이 헤어지던 정황을 묘사한 소설 첫머리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일본군의 진주성 공세가 임박한 가운데 두 사람의 외아들 편윤이 열병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 온다던 의원은 소식이 없고, 어미의 불안은 헤아릴 길이 없는데, 지아비는 종묘와 사직을 구하고자 싸움이 벌어질 진주성으로 향한다. 결국 편윤은 죽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말하자면, 눈물로써 지아비를 붙잡았으나 냉정하게 뿌리침을 당했던 어미가, 지아비의 귀국 권유를 마찬가지로 냉정하게 뿌리치는 일종의 ‘복수’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작가는 실제로 전쟁 당시 일본으로 끌려갔던 조선 선비 ‘이진영’을 안철영의 모델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진영이 끝내 이씨 성을 고집하며 1984년 13대로 절손될 때까지 가계를 이어 간 것과 달리, 이화의 반발에 부닥친 소설 속 철영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뒤늦게 후회함으로써 이화와 작가의 손을 들어 준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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