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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경계 지우니 아픔이 우리 모두의 것

등록 2008-03-21 20:53

〈나가사키 파파〉
〈나가사키 파파〉
〈나가사키 파파〉
구효서 지음/뿔·1만원

이상한 노릇이다. 구효서(51)씨의 소설 〈나가사키 파파〉를 읽는데, 어쩐지 일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배경이 일본인데다, 주인공만 한국 사람이다뿐 나머지 등장인물은 대부분 일본인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능란한 작가의 문체 역시 일본 소설을 빼닮았다. 일본 소설의 ‘쿨함’을 좋아하는 젊은 독자들의 기호에 맞춘 것일까? 주인공 한유나는 친아버지라 믿고 있는 ‘정 군’을 찾고자 단신으로 나가사키에 와 한 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정 군’은 엄마가 젊은 시절 외가에서 운영하던 가죽공장에서 일하던 젊은 일꾼으로 본명은 정민태. 법적인 아버지 한빈은 유나와 엄마 박성희를 버려두고 새로운 사랑을 좇아 떠났으며, 유나는 어릴 적부터 ‘정 군이 네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자랐던 터.

소설은 유나가 레스토랑 ‘넥스트 도어’의 동료들과 일하며 어울리는 모습을 한 축으로 삼고, 엄마가 보내 온 이메일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는 ‘정민태-박성희-한빈’ 삼각관계의 비밀을 다른 한 축으로 삼아 진행된다. 대인기피증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히데오, 30년 넘게 한 여자만을 사랑한 지배인 오오카, ‘이름 없는 것’들을 수집하고 메모하는 아이누 원주민 출신 쓰쓰이, 세상 모든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기구치, 총련계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한 미루 언니…. 이들은 나름의 아픔을 견디며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유나와 레스토랑 동료들의 아픔은 경계와 구분짓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다. 그 때문일 것이다. 소설 결말부에서 유나가 ‘진짜 아버지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넥스트 도어의 동료들이 바로 내 식구’라는 깨달음에 이르는 것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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