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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세상, 광고와 잠들고 오길비와 깨다

등록 2008-04-11 19:20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데이비드 오길비 지음·강두필 옮김/다산북스·1만2000원

20세기 광고계 거장의 ‘늦깍이 성공 철학’
상업·공익광고 망라한 마케팅 ‘바이블’
“소비자는 바보 아니다, 사실을 말하라”

“이 남자 고용할 광고대행사 어디 없나요? 나이는 서른여덟이고 실업자예요. 대학은 중퇴했어요. 요리사, 세일즈맨, 외교관이기도 했고, 농사도 지었어요. 마케팅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고, 카피는 한 줄도 써 본 적이 없어요. 광고 일을 직업으로 삼기를 원하는데, 연봉5천 달러를 주시면 일할 생각이에요.”


데이비드 오길비가 만들어 ‘해더웨이 셔츠’의 매출액을 세 배 가까이 높인 광고(1953). 안대를 한 남자의 모습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크게 자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만들어 ‘해더웨이 셔츠’의 매출액을 세 배 가까이 높인 광고(1953). 안대를 한 남자의 모습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크게 자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별난 구직광고다. 이 문구를 쓴 이는 데이비드 오길비(1911~99). 20세기 가장 창조적인 카피라이터요 광고책임자(AEㆍAccount Executive)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창조의 천재’ ‘탁발한 마술사’ ‘광고계의 포스’ 등 그의 이름에 갈음하는 꾸밈말은 한둘이 아니다. 2004년 미국의 광고주간지 <애드위크>(Adweek)가 업계 사람들에게 “광고계에서 일하도록 영감을 준 사람이 누구냐”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 첫손으로 꼽혔던 이가 그였다. 1962년에는 <타임>의 표지인물로 오르기도 했다.

오길비가 성공 신화의 원천과 방편을 담아 1963년 펴낸 책이 우리말로 옮겨졌다. ‘성공을 담보하는 비즈니스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며 14개 나라에서 200만부 넘게 팔렸던 베스트셀러다. <어느 광고인의 고백>(서해문집ㆍ1993)이란 제목으로 한 차례 출간된 바 있는 원서의 2004년 개정판을 새로 옮기면서, 지은이 서문과 어록 등을 덧붙여 분량이 한결 도톰해졌다. 다만 잦은 오탈자에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를 루드윅 본 미시스로 잘못 옮기는 등 인명 표기의 불찰도 몇몇 눈에 띈다.


도브를 가장 잘 팔리는 비누의 하나로 끌어올린 광고(1955). “자기야, 나 지금 생애 최고의 경험을 하고 있어”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도브를 가장 잘 팔리는 비누의 하나로 끌어올린 광고(1955). “자기야, 나 지금 생애 최고의 경험을 하고 있어”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길비가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100년 동안 무명에 가까운 상표였던 ‘해서웨이 셔츠’를 일약 미국의 ‘국민 브랜드’로 만들었으며, 도브(Dove) 비누를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의 하나로 키웠다. 해서웨이 셔츠의 경우 모방광고만 백 가지가 넘게 나왔다고 한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에서 들리는 가장 큰 소리는 전자시계 소리”라는 카피는 자동차 광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문구로 기억된다. 상품광고뿐 아니라 공익광고에도 그의 재능은 여지없이 빛났다. 미국인들에게 지저분한 나라로 알려졌던 푸에르토리코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개선한 일이나, 서유럽 쪽에 미국이 가볼 만한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도 그였다. 그는 이런 성공의 사례와 배경을 자찬을 섞어 숨차게 나열한다. 그 사이사이에 ‘성취의 원리’라 할 비즈니스 철학을 말한다. 그것의 핵심은 ‘매직 랜턴’이다. “어떻게 말하는가보다 무엇을 말하는가가 중요하다. 사실을 말하라,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광고를 만든다. 텅 빈 교회에서는 영혼을 살릴 수 없다. 당신의 가족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광고는 만들지 마라 ….” 서른일곱의 나이에 단돈 6천달러로 회사를 차린 그가 직원들에게 슬라이드 불빛 아래서 되풀이 강조했던 원칙들이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에서 들리는 가장 큰 소리는 전자시계 소리”라는 카피로 널리 알려진 광고(1955). 오길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에서 들리는 가장 큰 소리는 전자시계 소리”라는 카피로 널리 알려진 광고(1955). 오길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광고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겐 한 편의 복음서처럼 읽힌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40여년 전 쓰인 글이지만, 광고가 공기처럼 밀착된 요즘에 읽어도, 또 광고업과 무관한 사람들에게도 ‘광고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미덕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광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 따라 엇갈린다. 아널드 토인비는 “광고가 악이 아닌 경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혹평했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어떤 분야보다도 광고업에 흥미를 갖게 될 것 같다”고 옹호했다. 오길비는 “인간의 훌륭한 창조물의 대부분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에서 탄생된 것”이라거나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 믿었다. 그러므로 그는 타고난 광고쟁이였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광고는 폐지돼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라고 적었을 정도다. 그를 말의 바른 의미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실천한 비즈니스맨으로 여기게 되는 이유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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