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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운하와 생명, 무엇이 먼저입니까

등록 2008-05-02 20:02수정 2008-05-02 20:14

〈운하 안 하고도 대대손손 잘 사는 50가지 방법〉
〈운하 안 하고도 대대손손 잘 사는 50가지 방법〉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

〈운하 안 하고도 대대손손 잘 사는 50가지 방법〉
운잘모 지음 /현암사·8500원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나는 우리가 몰염치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것을 하면 당장 돈이 될 줄 몰라 안 하거나 참은 것이 아니다. 나만 덕 보겠다고 나서기에 체면이 안 서고 염치없는 짓 같아 자중해온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교양과 배려의 가면은 쓰지 않아도 된다. 돈이 되면 무조건 해도 좋다는 망령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총선에서는 뉴타운이 그러했고, 그 전의 대선에서는 운하가 그 짝이었다. 자연과 생태,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 없다. 지금 당장 부를 거머쥘 수만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덕목으로 칭송받는다.

운하는 워낙 반대 여론이 높아 책상물림이 굳이 관심 기울이지 않아도 정권 차원에서 포기할 줄 알았다. 마침 유보설도 흘러나와 잘되었다 했더니, 웬걸 민간에서 계획서를 내면 추진하겠다는 말이 나돈다. 신문도 읽고 텔레비전도 보면서 운하 반대의 논리를 쌓아오기는 했지만, 내친김에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책을 들었다. 책 제목도 흥미로운데다 참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지혜를 나눈 책이라 맞춤하다 싶었다.

물론 나는 기본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품고 사는 사람이다. 물질적 성장이 정신적 충만함을 안겨주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도 여전히 성장에 매달리는 것이 안타깝다. 이런 말을 하면 주변에서 난리다. 배부른 모양이다, 노후 생활 준비했나 보다 하면서 말이다. 어디 그래서겠는가. 성장이 경쟁을 낳고 경쟁이 양극화를 몰고 오며, 그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운하 문제를 둘러싸고 근본주의 처지에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꼭 운하를 해야 잘살 수 있느냐는 질문 자체가 지금 우리에게는 절실하기 때문이다.

뱃길 따라 하루 열 척 남짓의 배가 무려 67시간 걸려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간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홍수 위험에 빠지고, 습지를 잃고, 문화재를 수장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해야 한다. 운하의 가치가 이것들과 바꿀 만한 것인가. 설혹,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해서 이것들을 희생해도 좋은가. 몰염치의 시대에 이런 진지한 질문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구하기는 어려울 터다. 그럼에도 도전적인 질문을 마구 던져야 한다. 권력이 두려워하는 것은 시민의 의심이 아니던가.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운하 건설로 사회가 떠들썩해지면, 권력 잡은 이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운하반대론자들을 몰아붙일 가능성이 크다.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으고, 새로운 정보를 찾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더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론투쟁’에서 지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거꾸로 돌아간다. 뜻있는 이들이 다음과 같은 정신에 동의하다면, 적어도 미래 세대에게 낯부끄러운 선조는 면할 성싶다.

“더 많이 개발하고, 더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일상의 삶 속에서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음 세대를 위하여 우리의 자연환경을 온전히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이며 잘사는 방법입니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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