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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으~~~ 우리나라 귀신~~~ 만나고 싶니~~~

등록 2008-08-08 19:21수정 2008-08-08 19:42

으~~~~ 우리나라 귀신~~~~ 만나고 싶니~~~~
으~~~~ 우리나라 귀신~~~~ 만나고 싶니~~~~
눈 코 입 없는 달걀귀신…‘내 다리 내놔’ 무덤귀신…
꼬리아홉 여우…무동이와 귀신대모험 떠나볼까
〈귀신장군 무동이〉
김경호 글·그림/얘기구름·1만800원

한겨울 눈 내리는 거리의 군고구마 장수를 눈여겨본 적이 있나요? 물론 군고구마 장수는 고구마를 파는 사람이죠. 하지만 때때로 손님 어깨에 귀신이 붙었다고 알려주고, 가끔은 도깨비불을 불러내 고구마도 구워주는 신비한 할아버지가 있답니다.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 할아버지는 임진왜란 때 처음 귀신을 봤대요. 임진왜란이 1592년이니까 … 우와, 대체 몇 살인 거야?

사실 이 할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조선에서 태어난 무동이에요. 엄마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낮잠자기 밥먹기 게으름만 피웠는데 꿈에 북두칠성 일곱 신이 나타나 으름장을 놓았대요. 하늘천따지도 모르는 무동이, 칠성신이 시키는 대로 한양에서 열리는 과거시험을 보러 먼길을 떠나게 됐는데 … 웬일인지 한양 가는 길에 귀신들이 꾸물꾸물 몰려들지 뭐예요?

도토리묵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도깨비를 만나 겨우 도망친 것이 엊그제인데, 해 저물녘 잠잘 곳이 없어 하룻밤 자고 가겠노라 청한 집 주인 부부는 알고보니 얼굴에 눈·코·입이라곤 없는 달걀귀신 …! 을씨년스러운 공동묘지를 지나던 날은 ‘내 다리 내놔’ 무덤귀신이 나오고, 주막의 측간에선 화장실 귀신인 측신이, 으스스한 마을 어귀 물레방앗간에선 여자로 둔갑한 꼬리 아홉 달린 여우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귀신장군 무동이〉
〈귀신장군 무동이〉
그런데 여러분, 도깨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계세요? 머리에 뿔이 우뚝 돋고 우락부락 큰 눈, 빨간 얼굴을 떠올렸다면 아아, 그건 우리나라 도깨비가 아니랍니다. 여기저기 그림에서 뿔 난 도깨비를 보셨다구요? 그건 사실 일본의 요괴인 ‘오니’예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괴롭히던 시절 교과서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도깨비 이야기에 일본 화가가 일본 요괴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잘못 알려진 것이랍니다. 일본의 ‘오니’는 사람을 해치는 나쁜 괴물이지만, 우리나라 도깨비는 심술궂지만 조금 어수룩하고 우스운 친구 같은 존재이지요.

이렇게 잘못 알고 있는 것 말고도,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령들이나 귀신, 괴물들은 일본이며 서양에서 건너온 것이 많았어요. 하늘의 신 제우스라든지 사람 피를 빨아먹는다는 무서운 드라큘라는 알아도 우리나라 몽달귀신은 뭔지 모르는 친구들이 있다면, 무동이와 함께 우리나라 귀신을 만나 보는 건 어때요?

생각만 해도 무섭다고요? 우리나라 귀신은 그렇게 무시무시하지 않아요. 알고보면 다들 생전에 풀지 못한 한 때문에 귀신이 된 불쌍한 존재랍니다. 보릿고개 못 넘기고 죽은 혼인 걸신(걸귀), 시어머니 구박에 일만 하다 굶어 죽은 새색시인 쪽박귀신 …. 살았을 적 쌓인 한이 무엇이었는지 무동이가 가만히 들어주면 마음을 풀고 저승으로 간답니다. 물놀이하다 빠져 죽은 아이들 귀신은 다른 집 엄마를 보고 엄마라며 데려가려다, 그 집 아이들도 엄마 없어지면 어떡하냐는 무동이 말에 놓아주지요. 사실 무동이는 이렇게 한이 풀린 귀신들을 모아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해낼 장군이 될 운명이었대요.


요즘 무서운 공포 만화책들이 많죠? 하지만 이건 피가 줄줄 흐르는 끔찍한 만화책들과는 달라요. 옛날부터 선비들이 글을 썼던 우리나라 종이인 화선지에 붓으로 흠뻑흠뻑 먹을 묻혀 그린 토종 귀신들은 얼핏 보면 무서워도, 자세히 보면 귀엽답니다. 보들보들한 화선지의 질감은 할아버지 할머니 무릎에 앉아 들었던 옛날이야기처럼 따뜻하고요. 10월26일까지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으로 책의 띠지를 들고 가면 귀신장군 무동이와 귀신대모험을 떠날 수 있는 가족 무료관람권도 준대요. 귀신을 만난대도 무슨 걱정이에요? 책 속 무동이가 가지고 다니는 귀신퇴치부가 있는데.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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