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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프랑스’ 흔적 말끔히 씻었어요

등록 2005-04-29 17:34수정 2005-04-29 17:34

권지예 소설집 ‘꽃게무덤’

2002년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권지예(45)씨가 세 번째 소설집 <꽃게 무덤>(문학동네)을 묶어 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 <뱀장어 스튜>를 포함해 9편의 단편이 실렸다.

권씨의 작가적 위치를 문단 안팎에 확고히 각인시킨 첫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2002)는 거개가 작가의 8년에 걸친 프랑스 체류 경험을 살린 작품들로 짜여졌었다. 책에 수록된 8편의 중단편은 서로 다른 작품들임에도, 이방의 도시에 머물고 있는 30대 여성이 겪는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을 묘사함으로써 하나의 연작 장편처럼 읽힌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소설집의 작품들은, 이상문학상의 규정 때문에 뒤늦게 작품집에 묶인 <뱀장어 스튜>를 제하고는, 프랑스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 버린 모습이다. <뱀장어 스튜>의 주 무대로 등장하는 노르망디의 바닷가 마을 에트르타가 표제작의 배경인 강화도 석모도로 바뀐 데에서 그 변화는 한눈에 감지된다.

무대가 옮겨 오는 동안 소설의 제재와 주제는 사뭇 다양해졌다. 표제작과 <뱀장어 스튜> <여자의 몸 - Before & After> 등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요리가 비중 있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요리의 내용과 작품 속의 구실은 천차만별이라 할 정도로 다르다. 표제작은 비정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간장게장을 탐식하던 여자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이미지 위주의 터치로 그렸으며, <여자의 몸 - Before & After>는 날씬함이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린 세태를 풍자적으로 묘파한다.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는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남편이 고시에 합격한 뒤 표변하는 바람에 가정과 아이들을 빼앗기고 만 한 여성의 처지를 우렁각시 설화에 빗대어 고발하고, <비밀>은 유괴범에게 납치되어 결국 죽게 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산장카페 설국 1㎞>와 <물의 연인>은 풍부한 물의 이미지를 이용해 인연의 맺힘과 풀림을 좇으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와 <봉인>은 각각 거짓말의 운명을 타고난 소설가의 고충, 그리고 오진으로 인한 죽음의 선고를 받은 경험을 소설화한 자전적인 작품이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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