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의 심리학〉〈이중인격-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
이중인격 |“이중인격은 병리현상” 고장난 마음 치유·관리 초점
다중인격의 심리학|“인격은 본디 다중적 잘 다스리면 외려 긍정적 힘”
다중인격의 심리학|“인격은 본디 다중적 잘 다스리면 외려 긍정적 힘”
책 대 책 /
〈다중인격의 심리학〉
리타 카터 지음·김명남 옮김/교양인·1만4800원 〈이중인격-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
비벌리 엔젤 지음·최정숙 옮김/미래의창·1만3000원 애비는 울었다. 만취한 채로 남자 셋과 간밤에 침대를 뒹군 일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었다. 심리치료사를 찾아 넋두리를 한댔자 마음이 말총처럼 갈라져 종잡을 수 없을 터였다. 어린 시절 겪었던 성적 학대와 수치심이 억압된 욕망으로 숨어 있다, 알코올을 장약 삼아 터져나온 것이었다. 미국 어느 도시의 아가씨일 애비는 되뇐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다중인격의 심리학>과 <이중인격>은 모두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그 부정적 속성을 지우는 방법을 다루는 책이다. 진단과 처방을 나눠 실어 독자가 스스로 심리학적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중 인격>이 인격의 다중성을 ‘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으로 규정하면서 병리학적 현상으로 전제하는 데 견줘 <다중인격…>은 다중성이 풍요와 파괴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녔다고 본다. 또한 <다중인격…>은 심리학적 질환 전체를 아우른 뒤, 인격 자체가 둘 이상으로 구획화돼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경우(해리성 정체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를 제외한 여집합을 분석한다. 인격의 정상-비정상을 가르는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중인격>은 인격의 두 얼굴이 치명적 대조를 이루는 상황(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을 관리·경계하며 치유하는 방안에 집중했다. <다중인격…>은 첫머리부터 다중인격을 논쟁적으로 접근한다. 인격은 하나이되 다면체와 같다는 믿음이 잘못된 것이며, 문제는 인격의 다중성에 있다는 것이다. ‘단일한 인격’을 신화의 영역으로 쫓아낸 뒤 지은이는 마음의 숨은 관찰자인 또다른 나, 곧 얼터 에고(Alter ego)를 지닌 이는 소수이며 우리 대부분은 주 인격과 보조 인격을 공유한다고 설명한다.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몇 개의 자아(인격)로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일곱 개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인격(들)이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어 상황에 따라 특정한 인격에 ‘불’이 켜지면 그것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며, 이와 같은 경험이 지속·반복을 거쳐 하나의 패턴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이 변하면 인격도 (능력도) 변한다.” 정서도 이와 다르지 않아 “경험은 기분과 조화를 이룬다.”
지은이는 이처럼 기억이 상황에 의존하는 사실에다 유전자-환경의 관계를 겹쳐 볼 때, 우리가 다중성을 잘 다룰 수만 있다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시시각각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강조하는 몰입(flow)은 오직 현재의 순간에만 초점을 맞춘 상태로서 수행 능력과 강렬한 즐거움을 주는 긍정적 상태로 알려져 있다. ‘존재의 해리’ 자체가 외려 뛰어난 능력을 드러내는 현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의 2부에서는 안정·외향·개방·성실·우호성의 다섯 가지 특질과 반대 성향을 원주에 나열한 ‘인격 바퀴’(personality wheel)를 도구로 주 인격과 보조 인격을 파악하고 이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 인격을 다스리는 길을 안내한다.
<이중인격>은 단도직입이다. “심리학자 카를 융이 그림자(shadow)라고 명명한 인격의 어두운 면에 대한 개념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마음속에 야수를 품은 것과 같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7가지 유형은 ‘나의 불행은 너의 책임’이라는 가학형, 언제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예측불허형, 최고 아니면 최악의 극단형, ‘반대는 못 참아’형 등이다. 임상심리 치료사답게 다양한 사례를 인용한 뒤, 여기서 추출된 질문을 제시하며 독자 스스로 ‘마음의 고장’ 여부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성격 설문지를 푼 뒤 곧이어 답안을 보고 오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뒤따르는 식이다. 인격의 다중성은 우리 안에 있는 ‘그림자’와 일맥상통한다. 그림자는 자아의 그늘이므로 어둡고 애매모호한 까닭에 명석판명하게 그것을 규명할 심리학적 도구는 아직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손댈수록 덧나는 상처가 될 수도, 만질수록 매끈하게 빚어지는 그릇이 되기도 하는 다중인격, 그 어둠을 전짓불로 비추는 용기는 결국 우리 자신의 몫임을 두 책은 시사한다. 완전하기보다 온전한 삶을 위해 ‘그늘의 발달’을 바란다면 어서 ‘마음의 오지’로 떠나란 소리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리타 카터 지음·김명남 옮김/교양인·1만4800원 〈이중인격-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
비벌리 엔젤 지음·최정숙 옮김/미래의창·1만3000원 애비는 울었다. 만취한 채로 남자 셋과 간밤에 침대를 뒹군 일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었다. 심리치료사를 찾아 넋두리를 한댔자 마음이 말총처럼 갈라져 종잡을 수 없을 터였다. 어린 시절 겪었던 성적 학대와 수치심이 억압된 욕망으로 숨어 있다, 알코올을 장약 삼아 터져나온 것이었다. 미국 어느 도시의 아가씨일 애비는 되뇐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다중인격의 심리학>과 <이중인격>은 모두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그 부정적 속성을 지우는 방법을 다루는 책이다. 진단과 처방을 나눠 실어 독자가 스스로 심리학적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중 인격>이 인격의 다중성을 ‘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으로 규정하면서 병리학적 현상으로 전제하는 데 견줘 <다중인격…>은 다중성이 풍요와 파괴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녔다고 본다. 또한 <다중인격…>은 심리학적 질환 전체를 아우른 뒤, 인격 자체가 둘 이상으로 구획화돼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경우(해리성 정체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를 제외한 여집합을 분석한다. 인격의 정상-비정상을 가르는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중인격>은 인격의 두 얼굴이 치명적 대조를 이루는 상황(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을 관리·경계하며 치유하는 방안에 집중했다. <다중인격…>은 첫머리부터 다중인격을 논쟁적으로 접근한다. 인격은 하나이되 다면체와 같다는 믿음이 잘못된 것이며, 문제는 인격의 다중성에 있다는 것이다. ‘단일한 인격’을 신화의 영역으로 쫓아낸 뒤 지은이는 마음의 숨은 관찰자인 또다른 나, 곧 얼터 에고(Alter ego)를 지닌 이는 소수이며 우리 대부분은 주 인격과 보조 인격을 공유한다고 설명한다.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몇 개의 자아(인격)로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일곱 개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인격(들)이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어 상황에 따라 특정한 인격에 ‘불’이 켜지면 그것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며, 이와 같은 경험이 지속·반복을 거쳐 하나의 패턴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이 변하면 인격도 (능력도) 변한다.” 정서도 이와 다르지 않아 “경험은 기분과 조화를 이룬다.”
‘내 안의 또다른 나’ 질병인가 인간속성인가
<이중인격>은 단도직입이다. “심리학자 카를 융이 그림자(shadow)라고 명명한 인격의 어두운 면에 대한 개념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마음속에 야수를 품은 것과 같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7가지 유형은 ‘나의 불행은 너의 책임’이라는 가학형, 언제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예측불허형, 최고 아니면 최악의 극단형, ‘반대는 못 참아’형 등이다. 임상심리 치료사답게 다양한 사례를 인용한 뒤, 여기서 추출된 질문을 제시하며 독자 스스로 ‘마음의 고장’ 여부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성격 설문지를 푼 뒤 곧이어 답안을 보고 오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뒤따르는 식이다. 인격의 다중성은 우리 안에 있는 ‘그림자’와 일맥상통한다. 그림자는 자아의 그늘이므로 어둡고 애매모호한 까닭에 명석판명하게 그것을 규명할 심리학적 도구는 아직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손댈수록 덧나는 상처가 될 수도, 만질수록 매끈하게 빚어지는 그릇이 되기도 하는 다중인격, 그 어둠을 전짓불로 비추는 용기는 결국 우리 자신의 몫임을 두 책은 시사한다. 완전하기보다 온전한 삶을 위해 ‘그늘의 발달’을 바란다면 어서 ‘마음의 오지’로 떠나란 소리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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