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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월드와이드 컴퓨터’가 가져올 회색빛 미래

등록 2008-11-21 18:56수정 2008-11-21 19:03

그래픽 박미향 기자<A href="mailto:phm8302@hani.co.kr">phm8302@hani.co.kr</A>
그래픽 박미향 기자phm8302@hani.co.kr

〈빅 스위치〉
〈빅 스위치〉
〈빅 스위치〉
니컬러스 카 지음·임종기 옮김/동아시아·1만5000

컴퓨터의 전세계적 네트워크화
지구촌 개인들의 사생활 감소

‘부불노동’으로 소수만 부 축척
문화의 질 낮출 가능성 등 경고

인류를 둘러싼 컴퓨터기술은 어느 수준에 도달하고 있으며, 또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그 종착점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니컬러스 카의 <빅 스위치>는 현재 우리가 ‘컴퓨터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입구에 서 있으며, 그 미래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빅 스위치>는 우선 우리가 컴퓨터 네트워크화를 통해 받게 될 충격을 ‘20세기 전기화 충격’과 비교한다. 20세기 초 전기가 네트워크를 통해 각 공장과 가정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의 삶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공장에서는 풍차나 증기기관 등 자체동력을 해체해야 했고, 집에서도 각종 가전제품의 사용으로 가정생활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지은이는 현재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 상황을 살펴볼 때, 우리가 바로 ‘새로운 네트워크’의 입구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정보와 소프트웨어의 집적이 빠른 속도로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 스위치>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각각의 부팅장치와 하드드라이브를 불필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 컴퓨터는, 마치 가전제품처럼, 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접속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새로운 네트워크 컴퓨터를 ‘월드와이드컴퓨터’라고 이름붙였다.

이 책은 이미 우리가 이 새로운 네트워크 컴퓨터의 징후를 여러 곳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과 유튜브, 그리고 인터넷 전화회사 스카이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5월 두 명의 20대 청년에 의해 시작된 유튜브 서비스는 곧 폭발적으로 회원들을 확보해,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구글에 16억5천만 달러에 매각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책은 유튜브의 성공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네크워크 컴퓨터화’의 장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이 책은 월드와이드컴퓨터 시대에는 ‘부불노동’(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노동)을 통해 부의 축적이 점점 소수에게 집중될 것임을 경고한다. 다시 유튜브를 보자. 유튜브는 자신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그 수많은 ‘사용자 제작 컨텐츠(UCC)’에 대해 한 푼의 저작권료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또 ‘월드와이드컴퓨터’가 문화의 질을 낮출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한다. 네트워크 컴퓨터화는 한층 많은 사람들을 문화제작에 참여하게 할 것이며, 이는 전문가가 많은 비용을 들여 생산하는 ‘고급문화’의 설 자리를 좁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월드와이드컴퓨터가 생산하고 있는 풍부한 문화가 사실은 시시한 문화, 곧 폭은 수 마일이지만 깊이는 1인치에도 훨씬 못 미치는 문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219쪽).”

이 책은 이밖에도 개인 사생활의 감소, 중산층의 몰락 등 미래에 대한 회색빛 전망을 쉬지 않고 늘어놓는다. 아무런 대응방안이나 해결책도 없이 말이다! 더욱이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면, 인터넷을 자기 입맛에 맞게 장악하고 재갈을 물리려는 ‘나쁜 정부’까지 있다. 갑자기 우리 미래는 <빅 스위치>가 그려낸 회색빛보다도 깜깜한 칠흑빛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돌파구는 전혀 없는 것일까. 어쩌면 <빅 스위치>가 그려내는 회색빛 미래는 인터넷에서 ‘부불노동’을 제공하는 수많은 대중들을 너무 낮게 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토마’나 ‘아고라’ 등 ‘네트워크 공간’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생각없는’ 단순한 기부자들은 아니다. 우리는 올 상반기에 이렇게 ‘부불노동’으로 구성된 ‘집단지성’이, 준비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그 누구보다 정확히 국민들에게 전달했던 일을 기억한다. 네트워크에 모인 이런 ‘부불노동’들이 <빅 스위치>가 그리는 암울한 미래에 대해서도 빛나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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