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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사법부는 강자 요구 대변하는 집단”

등록 2008-11-28 21:53수정 2008-11-29 21:44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교수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서문에서 삼성판결 등 비판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한국어판 서문에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법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최 교수는 한국 사법부가 자율성이 극히 결여된 집단이자 사회적 강자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집단이라며, 지난 10월 ‘삼성 사건’ 항소심 판결을 사례로 삼는다. 그 재판은 주요 혐의 사안들에 대한 특검의 수긍하기 어려운 기소 누락부터가 문제였다. 더 결정적인 것은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준 일이었다. 재판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리 과정이 거꾸로 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말한다. “법리가 사건의 판결을 결론짓도록 하는 요인인 것이 아니라, 결론이 먼저 설정되고 법리는 그 결론을 뒷받침해주고 합리화하는 논리적 메커니즘으로 불러들여진다.” 무죄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거기에 따라 법리를 짜맞췄다는 이야기다. 관대한 양형을 선고한 이유와 관련해 판결문은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 ‘신규 고용을 창출한 공로가 있다,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했다’, ‘성품, 가족관계 등을 고려할 때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따위를 열거했는데, 이것은 “피고인에 대한 평결의 은혜로움을 천명하는 것이지 법 그 자체의 언어와 논리는 아니다.” 이 재판은 법원이 사회적 강자 편이자 그 강자 앞에 굴복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최 교수는 한국 사법의 이런 강자 편향이 역사적으로 형성된 구조적인 것임을 강조한다. 한국 사법부는 일제-냉전-독재를 거치면서 권위주의적 권력의 도구로 사용돼 왔다. 또 권력의 도구로 부림당하면서 그 대가로 사회의 최상층 엘리트 지위를 물려받았다. 그 결과로 한국 사법 집단은 민주화라는 정치적 변화를 통해 형식적 자율성은 얻었지만 시민권 수호자라는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특권층 집단을 이루었다.

최 교수는 “사법부가 제 기능을 못하고 법의 지배가 실현되지 못할 때, 사회의 부패는 만연하고 시민적 덕성은 그 효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점에서 사법부를 어떻게 사회에 책임지게 만드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지배와 이를 통한 한국 민주주의의 강화를 위한 최대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요점은 사법부라는 감시자가 제대로 감시를 할 수 있도록 누가 그들을 감시할 것인가다. 이 사회의 주인이자 민주주의의 주체인 시민의 힘밖에 없다.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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