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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2월 6일 잠깐 독서

등록 2008-12-05 22:10수정 2008-12-07 14:15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
■ 체인화된 국제 범죄조직 ‘충격의 실태’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

마피아가 이탈리아 뒷골목에서 상납금을 뜯거나 마약이나 파는 줄 알면 오산이다. ‘복제천국’ 중국과 일본 부동산 ‘버블’ 뒤에도 마피아가 도사리고 있다. 심지어 체첸 마피아는 ‘극악무도하다’는 악평을 브랜드화해 다른 갱단에 빌려주고, 브랜드 관리까지 한다. 언론인인 지은이는 전 세계를 돌며 300명이 넘는 갱단원과 경찰관, 조직범죄단의 피해자를 직접 인터뷰했다. 호기심만 자극하거나 엉뚱한 동경심을 키우는 마피아 계보서를 뛰어 넘는 책 <국경없는 조폭 맥마피아>가 나온 바탕이다. 맥도널드 체인점처럼 세계 곳곳으로 세를 확장한 국제 범죄 집단에 지은이는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란 이름을 붙여줬다.

맥마피아의 등장 배경엔 ‘고삐 풀린’ 자본의 이동이 있다. 범죄조직들은 자본의 세계화 바람을 돈세탁에 이용했고, 옛소련 붕괴 뒤엔 국가 조직 등과 연결되면서 스스로를 세계화했다. 이렇게 탄생한 맥마피아는 촘촘한 조직망과 각 정부의 ‘묵인’ 속에 마약·다이아몬드·담배·인력수출에까지 관여하며, 전 세계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주체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지은이는 ‘범죄와의 전쟁’ 식의 통상적 방법만으론 맥마피아를 뿌리뽑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만이 국제 범죄 집단을 단속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미샤 글레니 지음·이종인 옮김/책으로보는세상·2만3000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 미술과 음악 서로 통하였느냐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1913년 스트라빈스키는 발레음악 <봄의 제전>을 작곡한다. 유명 안무가인 니진스키는 이에 맞춰 발레와는 사뭇 다른 동작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은 충격으로 ‘욕을 하고 악을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6년 전인 1907년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공개했다. 여성의 몸을 왜곡하고 원근감을 무시한 이 작품에 마티스는 혹평을 해댔다. <봄의 제전>과 <아비뇽의 처녀들>은 다른 장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규칙적인 박자와 원근법·명암이라는 안정성을 벗어던졌다. 피카소가 아프리카의 가면을 가져오고 스트라빈스키가 야생성을 작품에 녹이는 등 문명과 거리가 먼 원시주의를 표현했다.

서울시향 월간지 편집장인 진회숙씨는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에서 그림과 음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음 중 인상파가 아닌 인물을 골라라’ 같은 익숙한 문제의 정답을 찍어주진 않지만 각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을 쉽게 알려준다. 난해한 현대 예술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물건들이 작품이 되는 설치미술을 이야기하며 ‘이게 어떻게 예술이지?’란 의문을 품는 독자에게 ‘예술은 사기’라며 다가간다. 물론 그 방면에서 독창적인 최초의 사기꾼만이 예술가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지은이가 생각하는 ‘전위’의 핵심이다. 진회숙 지음/세종서적·1만5000원.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 자본주의 극복 위한 ‘정치적 생태주의’


〈에콜로지카〉
〈에콜로지카〉
〈에콜로지카〉

“실물경제는 금융산업이 먹여 살리는 투자의 거품에 달린 꼬리격이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되면 부풀어 오른 이 거품은 꺼지고, 은행들은 줄줄이 도산하고, 전 세계적 신용체계는 붕괴 위험에 처하고, 실물경제는 오래도록 이어지는 극심한 불황의 위협을 받는다.” 지금 상황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가 있을까? 이는 60년대 신좌파 주요 이론가로 활동하며 68혁명에 큰 영향을 끼친 앙드레 고르가 2005년에 쓴 글의 일부다. 교류했던 샤르트르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그가 생전에 자신의 사상이 요약돼 있는 글 일곱 편을 직접 골라 엮은 게 <에콜로지카>다. 고르는 당시 이런 문제를 예견하고 그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어디서 찾았을까? “불황의 위협, 나아가 세계경제에 무겁게 드리운 붕괴의 위협은 규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재생불능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퇴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그의 결론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 빼앗긴 ‘주체’를 되찾아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격렬한 실존적 투쟁을 벌이는 ‘정치적 생태주의’에 이른다. 경제 전문기자로서도 명성을 떨친 바 있는 그는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공식적인 활동을 접고 20년간 간호에 몰두하다 지난해 아내와 동반자살해 유럽 사회를 울리기도 했다. 임희근·정혜용 옮김/생각의나무·1만1000원. 강김아리 기자ari@hani.co.kr

■ ‘껍데기 민주주의’ 치유할 방안은


〈포스트 민주주의〉
〈포스트 민주주의〉
〈포스트 민주주의〉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 이후,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로 요약되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검역주권이 국민 의사와 관계없이 포기되고, 이에 반발하는 촛불 민심은 경찰 물대포 세례를 받는다. 전체 가구의 2%인 ‘강부자’에 부과되는 종부세가 폐지되고, 교육제도는 소수 엘리트에게만 유리한 체제로 바뀌고 있다. 민주 절차에 의해 선출된 ‘민주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영국의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는 ‘포스트 민주주의’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포스트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절차가 유지되면서도 실제 국민의 보편적 이해가 배제되는 정치체제다. 글쓴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25년 기간을 민주주의 시대로 본다. 이 시기 정치는 계급 정당이 주도하면서 계급간 타협이 이뤄졌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와 함께 노동자 계급이 쇠퇴하면서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글로벌 기업과 정치권력의 뒷거래로 공공영역은 사적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크라우치의 포스트 민주주의는 서구를 모델로 한 개념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사회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 정당의 활용과 사회운동의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크라우치의 조언은 한국의 독자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이한 옮김/미지북스·1만4000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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