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사람〉
■ 이명원, '새로운 지식인' 찾아나선 비평가
〈말과 사람〉
199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를 ‘아비도 없고 선생도 없는 시간’이라고 말한 사람은 문학비평가 이명원(38)씨다. <말과 사람>은 그가 그간 지식인으로서 겪었을 무력감과 자기모순에다 포기 못할 희망과 저항을 박치기시킨 책이다. 지은이는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여섯 사람을 만나 ‘새로운 지식인’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그가 보기에 그들은 “‘징후적으로’ 그런 지식인의 가능성에 대한 암시를 주는 풍부한 시각을 자기식대로 표현하고 있다.” 방법론은 ‘비체제적으로 횡단하는 사유’이며, 친체제니 반체제니 하는 이분법을 넘어 새로운 사유를 주조하려는 기획인 셈이다. 세상에 당한 ‘내상’을 완고하게 주장하는 소설가 이문열에게는 좌우 차이와 간극을 넘어선 성찰과 소통을 주문하고, 소설가 조정래에게선 성숙한 민족주의자의 균형 감각에 공감한다. 문학비평가 백낙청은 노년임에도 청년 못지않은 열정을, 김민수 교수는 디자인에서 철학을 찾는 명민한 사유와 감성을 지닌 이로 묘사된다. 또 지은이는 함석헌의 씨알 사상을 재해석하는 김상봉 교수의 철학적 고투에 박수를 보내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보이는 ‘근원적 비관주의’와 심원한 역설에 기대와 공감을 드러낸다. 지은이가 지난해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인터뷰를 묶고 편마다 후기를 덧댔다. 희망은 등 떠밀고 절망은 목울대를 친다. /이매진·1만2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천가지 얼굴’ 인도가 부르네
〈맛살라 인디아〉
인도는 천가지 얼굴을 지녔다. 연평균 9% 이상 성장해온 경제 강국이자 미탈과 타타 등 세계적 기업들의 나라지만, 길거리 어디서나 맨발로 구걸하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고, 빚 때문에 자살하는 농민들의 사연이 더는 뉴스가 아닌 곳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한 교육 강국이지만, 11억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위 카스트, 불가촉천민, 무슬림의 자녀들은 공평한 교육과 경쟁 기회를 박탈당한 채 태어난다. 인도대사관의 외교관으로 3년 가까이 인도를 만나고 경험한 지은이는 솔직한 시선으로 인도의 복잡다양한 모습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바라나시나 라자스탄 등의 풍경과 감상부터 인도 속 한국 기업들, 한국전쟁 종전 당시 제3국을 선택해 인도에서 살아온 한국전쟁 포로의 삶, 한류와 볼리우드의 만남까지 정보가 풍성하다. 인도는 교육과 의료, 정보통신 기술 발전 등 빛도 강하지만, 그림자도 짙다. 무슬림이면서도 다양한 종교를 아울러 황금기를 이뤘던 16세기 무굴제국 악바르 황제 시대와 대조적으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현재 인도 정치는 힌두 근본주의와 종교 갈등, 카스트와 파벌로 얼룩져 있다. 지은이가 맛본 인도는 전통 향신료 맛살라를 닮았다. 계피·고수·회향 등 여러 재료를 배합해 만드는 이 향료에는 각각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김승호 지음/모시는사람들·1만5000원.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 온난화 바로 지금 막아야 하는 이유
〈6도의 악몽〉
알프스의 만년빙이 녹으면서 산사태가 잇따른다. 대평원과 곡창지대가 사라지고 양서류 생물이 멸종한다. 산불이 잦아지고 사막이 급속히 팽창한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섭씨 1도 올랐을 때를 가정한 상상이지만, 이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의 전주곡일 뿐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가 과학적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쓴 <6도의 악몽>은 지구 온도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벌어질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2℃ 상승=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대류 순환 이상으로 가뭄과 홍수가 극심해진다. #3℃ 상승=정글이 불타고 온실가스가 팽창하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한다. #4℃ 상승=지구의 해안선이 바뀌고 굶주림과 메탄가스에 쫓기는 피난민이 넘쳐난다. #5℃ 상승=좁아진 거주지역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덥혀진 바다의 해저사면이 붕괴되면서 지진해일이 덮친다. #6℃ 상승=모든 생명체가 산소 부족으로 멸종되고, 지구 대기는 유독가스로 형성된 폭발성 구름으로 가득 찬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무시무시한 지옥도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머리말에서 말한다. “금융위기는 안정적으로 보이던 시스템이 생각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의 기후 역시 몇 조 달러를 투입하는 구제방안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행동해야 한다.” 마카 라이너스 지음·이한중 옮김/세종서적·1만5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1960년대 재일조선인 북한행 진실은
〈북한행 엑서더스〉
“내 권리는 무시당했다.” 1960년 어느 날, 윤 아무개씨는 국제적십자위원회 대표 중 한 사람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59년부터 84년까지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일본에서 북한으로 ‘귀국’한 9만3340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희망에 가득 찼을 법한 윤씨는 왜 이런 문구를 남겼을까. 재일조선인 귀국은 조국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간절한 호소를 받아들인 ‘인도적’ 사업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일본 정부의 치밀한 계획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국립 오스트레일리아대 태평양아시아학부 교수인 지은이는 적십자 문서고에서 반세기 동안 봉인된 귀국사업 관련 문서를 찾아낸 이후 일본, 한국 등을 찾아다니며 잊혀진 역사를 좇아 <북한행 엑서더스>에 담아냈다. 일본은 자국에 남아 있던 ‘신민’들이 부담스러웠다. 1952년 일본 정부는 자국 거주 조선인과 대만인이 일본 국적을 잃게 된다는 일방적 선언을 했다. 미국은 일본의 태도를 암묵적으로 지지한다. 이는 60년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선전’을 위해 귀국사업에 적극적이었고, 옛소련은 귀국선과 자금을 내놓았다. 조선인들의 귀국에 대한 ‘자유의사’를 확인해야 할 국제적십자위원회 대표 대다수는 일본어를 할 줄 몰랐고 귀국 희망자와 직접 이야기를 할 기회도 없었다는 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테사 모리스-스즈키 지음·한철호 옮김/책과함께·1만8000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맛살라 인디아〉
■ 온난화 바로 지금 막아야 하는 이유
〈6도의 악몽〉

〈북한행 엑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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