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타인 베블런
20세기 초 독창적 경제학자 베블런
“자본은 생산요소 아닌 사회적 권력”
가치창출 없는 금융자본 붕괴 예견
“자본은 생산요소 아닌 사회적 권력”
가치창출 없는 금융자본 붕괴 예견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홍기빈 편역/책세상·5900원 ‘책세상 문고·고전의 세계’의 하나로 나온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활동했던 경제·사회사상가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사진)의 경제학 이론이 요약된 책이다. 두 편으로 된 논문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와 1904년 작 <영리기업의 이론> 중 제6장 ‘현대의 영리적 자본’이 묶였다. 이 세 편의 논문을 통해 베블런의 독창적인 자본 이론, 특히 금융자본 이론이 핵심을 드러낸다. 베블런 이론의 요점은 ‘자본은 사회적 권력이다’라는 명제에 있다. 베블런은 학자로서 독특한 이력을 밟은 사람이다. 출생 배경부터가 비주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출생지는 미국 위스콘신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노르웨이인에 속한다. 노르웨이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그곳은 북유럽의 농촌공동체 분위기가 강했다. 베블런은 노르웨이어를 모국어로 쓰며 자랐고, 사춘기를 지나고 나서야 영어를 배웠다.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사회사상가를 거쳐 경제이론가로서 삶을 마쳤다. 그의 출세작은 1899년에 펴낸 <유한계급론>이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유한계급의 과소비 행태를 분석한 이 책은 그의 전체 이론 작업에 비추어 보면 도입부에 해당한다. 베블런 이론의 본령은 경제학에 있다고 편역자 홍기빈씨는 말한다. 베블런은 경제학자로서도 어느 학파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그는 이른바 부르주아 경제학의 주류라 할 신고전파 경제학도 거부했고, 반자본주의 경제학의 중심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고전파도 마르크스주의도 자본을 생산요소로 규정했는데, 베블런은 이런 규정을 기각하고 자본을 사회적 권력의 한 형태로 보았다. 자본이 왜 사회적 권력인가를 명확하게 논술한 것이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에 담긴 논문들이다.
베블런은 자본이 생산요소라는 주장, 다시 말해 자본가가 자본을 투여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는 주장은 신화적 허구라고 말한다. 생산성의 진정한 원천은 지식이다. 이때의 지식은 사회 공동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해온 모든 경험과 기술, 발명과 발견의 총체다. 이 총체적인 사회적 지식이 생산성의 진정한 원천이다. 사회의 총체적 지식은 공장이나 기계와 같은 특정 사물로 체현되는데, 바로 이 사물을 자기 것으로 전유한 자본가들이 이 사물을 부르는 이름이 자본이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보자면, 자본은 생산의 요소가 아니라 생산의 영역에서 발휘되는 자본가의 권력일 뿐이다. 그 권력의 바탕이 바로 소유권이다. 이 소유권은 ‘무언가를 사용할 권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할 권리’다. 자본가가 이 소유권을 근거로 삼아 공동체 전체의 지식을 ‘볼모’로 잡은 뒤 사회 전체로부터 ‘몸값’을 뜯어내는데, 그것이 이윤이라고 베블런은 말한다. 자본이란 이 소유권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며, 그 권리는 사회적 차원의 권력인 셈이다.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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