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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간이성 죽였다 다시 살린 프로이트

등록 2009-02-20 20:27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
김덕영 지음/인물과사상사·1만4000원

사회학적으로 진단한 프로이트 이론
정신분석학 탄생과정 꼼꼼하게 추적
“무의식 발견으로 인간 정신세계 해방”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는 20세기 지성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정신분석학을 사회과학적 시야에서 탐색하고 해설한 책이다. 지은이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는 지멜과 베버를 전공한 사회학자이지만, 박사과정에서 정신분석학을 부전공으로 택해 공부한 프로이트 연구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는 프로이트의 지적 발전 경로와 정신분석학의 탄생 과정을 꼼꼼하게 살핌과 동시에 프로이트 이론의 함의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있다.

지은이는 프로이트가 자신의 발견이 지성사적 혁명이자 일종의 ‘재앙’임을 뚜렷하게 자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1917년에 쓴 글 ‘정신분석학의 한 가지 어려움’에서 그는 자신을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에 견주었다. 프로이트 자신을 포함한 세 사람을 서구 지성사의 3대 혁명가로 간주한 것이다. 이 세 혁명가는 모두 인간의 나르시시즘(자기애)에 심대하게 상처를 입혔다는 특징을 지닌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태양 중심설)로 인간의 거처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오래된 생각을 깨뜨렸다. 코페르니쿠스 혁명은 인간에 대한 ‘우주론적 모욕’이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을 동물의 연장이자 그 일부에 불과한 존재로 떨어뜨렸다. 다윈 혁명은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모욕’이었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무의식 발견은 인간의 이성과 의식을 무의식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으로 축소시켰다. 인간의 나르시시즘은 세 번째 중대한 모욕을 당했다. 프로이트는 이 ‘심리학적 모욕’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모욕이라고 설명했다. 그 모욕의 결과를 프로이트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자아는 그 자신의 집에서 주인이 아니다.” 주인인 줄 알았는데 하인이었던 것이다. 이성의 지도를 받는 자유의지에 대한 한없는 긍정이라는 계몽주의적 낙관은 이로써 파산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 지적 혁명가의 삶은 가난과 병고의 연속이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의학부를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프로이트는 가난 때문에 교수가 되는 길을 포기했다. 프로이트는 자기 집에 진료실을 차려 정신과 의사로 개업했다.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했다. 그의 인생 후년은 가혹한 질병 침탈기였다. 1923년 발병한 구강암으로 그는 죽을 때까지 무려 서른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인간이성 죽였다 다시 살린 프로이트
인간이성 죽였다 다시 살린 프로이트
이 간난신고의 삶 속에서 프로이트 이론이 개화했다. 꽃은 아주 천천히 피었다. 이 책은 프로이트의 발견이 세 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첫 단계는 프랑스의 정신의학 교수 장 마르탱 샤르코와의 만남이었다. 그 만남을 통해 프로이트는 최면술 치료법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최면술 치료는 효험이 크지 않았다. 그의 두 번째 만남 대상은 빈의 개업의 요제프 브로이어였다. 샤르코나 브로이어나 모두 ‘히스테리’라는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의사였다. 프로이트는 브로이어에게서 카타르시스(정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익혔다. 이 치료법의 기본 가정은 정신 내부의 억눌린 감정이 정화되지 못하면 딴 곳으로 터져나와 히스테리를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최면상태에서 대화를 통해 이 억눌린 감정을 씻어주는 것이 치료였다. 그러나 카타르시스법도 실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프로이트는 스승들을 떠나 자신만의 새로운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는 정신분석학을 향한 결정적 도약이었다.

그 도약의 과정에서 프로이트는 신경증 환자의 정신 내부에 ‘저항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했다.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었다. 이 무의식을 끄집어내는 방법으로 프로이트가 도입한 것이 ‘자유연상법’이었다. 자유연상법은 환자가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이 요체다. 그렇게 풀어놓다 보면 무의식 속에 억압된 충동이 드러난다. 그리하여 신경증의 원인이 밝혀졌다. 20년에 걸친 암중모색의 시대를 끝내고 프로이트는 이 발견을 1896년 논문으로 발표했고, 1900년 <꿈의 해석> 출판으로 널리 알렸다. 정신분석학이 탄생했다.

이 책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목표가 인간의 정신세계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있었다고 말한다. ‘억압과 해방’은 프로이트 이론의 열쇳말인 셈이다. 그렇다면 계몽주의 운동이 목표로 삼았던 인간 해방과 정신분석학의 목표가 다르지 않은 것이 된다.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지은이는 프로이트를 ‘반계몽주의적 계몽주의자’라고 명명한다. 이성에 대한 단순한 신뢰를 넘어 인간 정신의 복합성을 들여다봄으로써 오히려 인간을 더 깊은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프로이트의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계몽 이성을 파산시키고 다시 재건한 것이 프로이트였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적 충동과 같은 비이성을 해석하고 길들이는 것이 이성의 과제라고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지성은 인간의 충동에 비해서 허약하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허약함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지성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누군가 들어줄 때까지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수없이 거부당하더라도 결국에는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인간의 지성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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