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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그리스의 위대한 정신은 자유에서 나왔다

등록 2009-02-27 17:58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
미국 저술가 이디스 해밀턴 출세작
고전문학 통해 그리스인 내면 탐색
“그리스 문명은 서양 근대정신 기원”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
이디스 해밀턴 지음·이지은 옮김/까치·1만4000원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
이디스 해밀턴 지음·정기문 옮김/까치·1만4000원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과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은 미국 저술가 이디스 해밀턴(1867~1963)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다. 여성의 고등교육이 드물었던 시대에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해밀턴은 1896년부터 25년 동안 미국 메릴랜드주 브린 모어 여학교 교장을 지냈다. 교장직에서 은퇴한 뒤 1930년에 쓴 것이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이다. 이 책으로 63살의 해밀턴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독자의 찬사에 힘입어 2년 뒤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을 썼고, 이후 죽을 때까지 여러 작품을 남겼다.

두 책에서 지은이는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정신세계를 깊숙이 탐색한다. 어려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혔고 생애 내내 고전 그리스·라틴 문학을 즐겨 읽었던 그는 자신의 지식과 소양을 풀어내 탐스러운 인문 교양서를 탄생시켰다.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에서 그는 핀다로스부터 아리스토파네스까지 기원전 5세기 문학·역사·철학을 자료로 삼아 그리스인의 내면 속으로 들어간다. 또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에서는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 2세기까지 로마 문명의 전성기를 수놓았던 인물들의 문학 작품을 실마리로 삼아 그 시대 로마인들의 정신을 탐험한다. 지은이는 그리스와 로마야말로 서구 정신의 기원이자 마르지 않는 사유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특히, 먼저 쓴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에서 그 원천의 풍부한 수량을 확인해볼 수 있다. 지은이는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그중에서도 아테네를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창조적인 시대로 묘사한다. 그 시대에 처음으로 철학이 탄생했고 위대한 비극작가들이 잇달아 출현했다. 그 시대는 “짧지만 찬란한 천재성의 개화기”였으며, 치열한 정신적 활력의 탁월함이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긴 시대였다. 그 시대의 그리스에 비하면 로마 문명은 그리스의 서툰 모방이자 후퇴로 보일 정도다.

지은이가 보기에 그리스 정신의 위대함은 초시간적 현재성에 있다. “그리스인과 함께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가 세상에 출현했다. 그리스인은 최초의 서양인이었다. 서양의 정신, 곧 근대정신은 그리스의 발견이며, 그리스인이 있어야 할 자리는 근대세계에 속한다.” 여기서 오래된 서양 문명의 편견이 얼핏 드러난다. 해밀턴은 그리스를 서양에, 그리고 다른 고대문명을 동양에 놓는다. 그리스 문명은 근대의 기원이며, 근대 정신 자체다. 동양의 고대문명은 근대의 대립물, 전근대의 상징이 된다. 해밀턴 저작의 이런 약점은 그리스 정신의 보편적 힘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본문의 내용을 통해 상쇄된다.


미국 저술가 이디스 해밀턴(1867~1963)
미국 저술가 이디스 해밀턴(1867~1963)
지은이는 그리스인들이 삶의 활기, 삶의 기쁨을 예찬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다른 문명이 죽음을 생각할 때 그리스인은 삶을 생각했다. “이집트에는 무덤이, 그리스에는 극장이 있다.” 삶의 활기는 그리스인의 창안물이었다. “그리스인은 가장 암울한 순간에도 결코 삶의 기쁨을 잃지 않았다.” 삶의 기쁨은 자유의 공기와 함께했다. 자유야말로 그리스 정신의 요체다. 그 자유의 소중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페르시아 전쟁을 다룬 아이스퀼로스 비극 <페르시아 사람들>의 한 구절이다. 그리스인들이 가장 소중한 것, 곧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인으로서 싸움에 임했다는 사실이 페르시아 왕비에게 전해진다. 왕비가 묻는다. “그들에게 왕은 없는가?” “없습니다.”

지은이는 이 자유의 공기가 사유의 힘을 길렀다고 말한다. 그리스인들은 전통이나 관습이나 미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모든 것을 의심하고 관찰하고 추론했다. 여기서 이성이 자라났고, 이성은 앎에 대한 가없는 사랑,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불타는 호기심, 곧 철학을 탄생시켰다. 이성은 자유를 키우고, 자유는 다시 이성을 양육한다. 자유로운 이성, 이성적인 자유는 이제 그리스인의 본질을 이룬다. 그때의 자유는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 삶 그 자체가 된다.


이 자유의 정신이 위기를 이겨내고 두 발로 서는 극적인 과정을 보여준 사람이 헤로도토스였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페르시아 전쟁을 “살과 피의 대결”을 넘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정신의 능력 사이의 대결”로 이해한다. 페르시아인들은 전제군주의 노예였다. 반면에 그리스는 자유인의 연합이었다. <역사>는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아 장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당신은 노예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겠지만, 자유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자유가 얼마나 달콤한지는 모르오.” 페르시아 전쟁은 자유인과 예속인의 싸움이었다. 별 볼 일 없는 조그만 땅 그리스는 거대한 제국 페르시아에 대항해 기적의 승리를 거둔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 싸우는 자유인의 기백에 맞서 페르시아의 수적인 우세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자유가 그 힘을 증명했다.” 그 승리 위에서 그리스 정신의 가장 아름다운 정수가 꽃을 피웠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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