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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생은 사랑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양이 같은…

등록 2009-03-20 17:30

〈듀이〉
〈듀이〉
베스트셀러 읽기 /

〈듀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갤리온·1만1000원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진 미국 아이오와 주 북서부의 작은 마을 스펜서. 몇 세대에 걸쳐 뿌리를 내려온 “농부에 의한, 농부를 위해 있는 마을”이었던 이곳의 땅값이 치솟더니 1980년대 금융 재앙이 닥치면서 가족농과 소농들이 몰락하고 은행이 파산했다. 그 자리에 대기업형 농업, 대농장형 농업이 대신 들어섰고, 인구 8000명 마을의 실업률은 10%에 이르렀다. 냉랭한 마을을 급속 냉각시키려는 듯 영하 26도의 매서운 추위가 불어닥치던 1988년 1월의 어느 날, 새끼 길고양이 한 마리가 스펜서 공공도서관 도서 반납함에 버려진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어떻게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온 동네를 하나로 묶어주었으며 그곳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로 만들 수 있었을까?”(9쪽) <듀이>는 버려진 날부터 위종양으로 안락사할 때까지 18년 동안 스펜서 공공도서관을 지킨 유명한 고양이 이야기다. 실화다. 고양이가 버려진 그때 그 고양이를 반납함에서 처음 발견한 도서관장이 고양이가 변화시킨 도서관과 마을, 자신의 삶 이야기를 소박한 문체로 풀어놓는다. 지난 2월 초 출간된 책은 한 달 반 만에 8만부가 팔리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알코올중독자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딸을 키우며 힘겨운 삶의 질곡을 견뎌온 도서관장 비키 마이런은 버려진 길고양이에게 자신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투영한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 은행이나 외부의 경제적 힘에 의해 등 떠밀려 도서관 반납함에 쑤셔 박히듯 추락하지 않았던가.”(36쪽) 도서관 고양이답게 ‘듀이 십진분류법’에서 따온 ‘듀이 리드모어 북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고양이는 얼어붙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음 같은 철제 반납함에 버려져 죽음 근처까지 갔다 살아난 다음에도 듀이는 사람을 무척 따랐다. 점점이 떨어져 있던 외로운 마을 노인들을 친구로 만들고 실업자와 장애인 소녀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지은이는 듀이와 함께한 18년이 “인생은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이 어디에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교훈을 줬다고 말한다. 책을 옮긴 방송인 배유정씨는 “이 책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질긴 생명력과 내면의 강인함에 관한 얘기”라고 말한다.

책을 편집한 갤리온 출판사 김영진씨는 “경제위기에 힘든 인생사까지 경험한 화자의 관점에서 동물과의 소통을 그려낸 ‘인생 이야기’라는 점에 독자들이 요즘 상황과 맞물려 반응하는 것 같다”며 “책 표지와 문구 모두 ‘예쁜’ 고양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여성 독자층이 망설임 없이 책을 사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동물·고양이 관련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고양이 애호가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데도 주력했다고 한다.


<듀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25개 나라에 번역·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배우 메릴 스트립이 출연하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하니 듀이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가 될 참이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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