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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4월 25일 잠깐독서

등록 2009-04-24 20:54수정 2009-04-24 20:56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아이와 ‘진짜배기 소통’을 위하여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1.“정아: 엄마, 동생 낳아줘./ 엄마: 동생 있으면 엄만 동생만 예뻐할 텐데 그래도 좋아?/ 정아: 엄마는. 동생은 내가 예뻐할 테니까 엄만 나만 예뻐해 주면 돼.”

#2.“민석: 내가 엄마 말 잘 들어야 엄마 오래 살아?/ 엄마: 그럼./ 민석: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엄마: 왜?/ 민석: 엄마가 공부하라면 공부해야 되고, 밥 먹으라면 밥 먹어야 되고, 하지 말라면 안해야 되는데,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위의 대화는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이 나눈 마주이야기다. 마주이야기는 마주 보며 나누는 대화이다. 박문희(63) 교사가 쓴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는 이처럼 아이와 어른의 신선한 소통의 기록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20년 가까이 마주이야기 교육을 펴온 지은이는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그 말을 들어주라고 힘주어 말한다. 마주이야기 교육은 “아이들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을 들어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주는 교육”이다. 말을 들어주면 아이들 마음엔 속시원한 자신감이 쌓이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오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내면서 잘도 자란다. 가르치려 드는 부모는 아이들이 말하고 싶을 때는 이런저런 핑계로 입을 닫으라고 하고, 말하기 싫을 때는 자꾸 말하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런 교육을 병주고 또 병주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지은이의 소박하고 단아한 글만큼이나 깔끔하고 정갈한 편집이 돋보인다. 아이들과 진짜배기 소통을 하고 싶은 부모라면 꼭 이 책을 책상머리에 얹어두고 짬날 때마다 읽었으면 좋겠다. /보리·1만3000원. 허미경 기자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조선 여성 시인 이옥봉의 비련

<나비야 나비야>

“요사이 안부 묻사오니/ 어떠하신지요/ 창문에 달 비치니/ 이 몸의 한은 끝이 없사옵니다/ 제 꿈의 혼이 발자취를 낸다면/ 임의 문앞 돌길은 모래가 되었사오리.”

조선의 여성 시인 이옥봉의 한시다. 옥봉은 충청도 옥천에서 왕족 후예의 서녀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시문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한양으로 올라온 옥봉은 선비들과 교유하며 단종 복위운동에도 가담하다가 조원이라는 선비를 사모해서 자청해 그의 소실로 들어간다. 단 혼인 이후에는 시를 짓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고서였다. 옥봉은 약조를 지켰으나 어느 날 도둑 누명을 쓴 산지기의 아내가 찾아와 구명 편지를 부탁하자 이에 시를 지어 준 일이 빌미가 되어 쫓겨나게 된다. 인용한 시는 그렇게 내침 당한 옥봉이 조원을 향해 쓴 시로 짐작된다.

황진이, 이매창과 더불어 조선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 이옥봉의 비련이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작가 은미희(49)씨가 쓴 <나비야 나비야>가 그 작품이다. 작가는 한 차례 결혼했다가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몸이 된 옥봉이 시문과 자유를 찾아 한양에 올라오고, 선비들과 어울린 시회에서 만난 조원에게 반해 그의 첩실로 들어갔다가 버림받고 결국 죽음을 맞기까지를 서정적인 문체로 그린다. 시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기했던 옥봉이 사랑을 위해 그 시를 버렸다가 사랑을 잃은 뒤에 다시 시로써 잃어버린 사랑을 노래하게 된 운명이 안쓰럽게 다가온다. 햇살 속에 노닐며 기와를 얹은 돌담을 자유로이 넘나들던 나비가 어둑한 방 안으로 잘못 날아들어 스스로 갇히고 마는 모습이 옥봉의 가엾은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다. /문학의문학·1만1000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예수전>
<예수전>
21세기 한국 ‘살아 있는 예수’를 보다

<예수전>

출판인이자 칼럼니스트인 김규항씨의 새 책 <예수전>은 예수가 주인공인 ‘예수 이야기’다. <신약성서>의 ‘마르코복음’(마가복음)이 원재료다. 예수의 행적과 말을 기록한 ‘공관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씌어진 마르코복음은 분량으로 따지면 오늘날의 단편 소설에 못 미친다. 이른바 ‘공생애’ 3년의 행적을 16개의 짧은 서사 단위로 묶어냈으니 텍스트의 행간이 그만큼 넓고 깊다. 글쓴이는 이 행간의 공백을 읽어냄으로써 ‘신격화된 그리스도’가 아닌, ‘살아 있는 예수’에 다가서려 한다. 이 책이 ‘이야기’이면서도 ‘주석’의 형태를 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텍스트가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고 있는 것. 글쓴이가 그 침묵의 의미에 도달하기 위해 의존하는 1차적 수단은 ‘예수시대’의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쳤다면 이 책은 평범한 성서비평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글쓴이는 한 걸음 더 내디뎌 ‘인간적 상상력’을 개입시킨다. 이를 통해 글쓴이는 2000년 전 생존했던 ‘역사의 예수’를 21세기 한국이란 시공간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말하게 한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인간의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교회를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믿음’에 대한 글쓴이의 통찰 역시 많은 생각거릴 남긴다. “믿음이란 어떤 대상에게 나를 완전히 여는 것이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란 하느님에게 나를 완전히 여는 것이다. (…) 믿음은 결국 하느님 나라, 즉 근본적으로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꿈이다.” /돌베개·1만3000원.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금언 따라서 색다른 사진 찍기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어떤 카메라가 좋을까, 어떤 렌즈를 장만해야 할까, 삼각대는 필요할까, 렌즈는 몇 개쯤 들고 다녀야 하나. 사진을 좋아하는 생활 사진가로선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맘먹고 사진 기술서나 안내서를 사봐도 마찬가지다.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사진찍기에 대해 20년 경력의 사진기자가 색다른 해설서를 펴냈다. 글쓴이는 오랜 기간 사진만 찍은 건 아니다. 2천명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직접 사진 강의를 했고, 1만여장에 이르는 생활 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에 조언을 해왔다. 이런 경험을 밑천 삼아 좋은 사진 찍는 ‘비결’을 엮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화려하고 두터운 사진 안내서가 아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놓치기 쉬운 ‘기초의 기초’를 쉽게 정리했다. 기존의 안내서와 달리 화려한 자료사진도 없다. 멋진 풍경사진 따위는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면 비슷하게 찍을 수 있지만, 실제 상황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사진 대신 그림을 넣었다. 글도 길지 않아 언뜻 허술해 보이지만, 좋은 사진을 위한 핵심은 거의 모두 담겨 있다. 줄치며 외우는 팁이 아니라 곱씹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금언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책에는 △줌 렌즈는 독이다 △앉고 엎드리면 사진이 바뀐다 △렌즈를 많이 들고 다니지 마라 등 혼동하기 쉬운 대목을 간명하게 짚었다. “당신의 사진이 불만스럽다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화를 해방시킨 사진은 회화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진 명언’을 얻는 것도 소득이다. 곽윤섭 지음·김경신 그림/동녘·1만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만화가가 본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여행은 수만개의 얼굴을 가진다. 어떻게 가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똑같은 여행지도 무궁무진 다채로운 이야기와 느낌을 선물로 준다. 만화가가 만난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지은이가 일본철도(JR) 패스 한 장 달랑 끊어 일본 일주에 나섰다. 나가사키에서 삿포로까지 일본 구석구석에서 눈에 비친 소소하고 작은 풍경들과 순간들, 사람들을 그의 스케치북과 카메라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동글동글한 얼굴의 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지은이와 함께 수다를 떨면서 그림과 사진 속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나쓰메 소세키의 고향 마쓰야마에서는 그의 소설 제목과 같은 봇짱 열차를 타고 주인공이 되어 보고, 오사카에서 삿포로까지 석양의 익스프레스호를 타고 무뚝뚝한 일본 할머니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제철소의 산업폐기물로 얼룩진 섬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처리장을 유치하고 대가로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어낸 나오시마에서 안도 다다오와 야요이 구사마의 작품들을 만났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추천한, 나카무라의 시골 들판에 조용히 숨어 있는 우동집에 찾아가 투명하도록 쫄깃한 우동도 먹어보고, 유후인에서 온천 순례에 나서본다. 지은이가 경쾌하고 꼼꼼한 일러스트로 정리해주는 정보들도 재미있다. 기차역에서만 파는 도시락인 에키벤, 오래된 미용실, 야간열차에서 읽을 만한 추리소설, 일본 편의점에서 사먹으면 좋은 음식들, 파출소를 여행안내소로 이용하는 법 등을 꼼꼼한 그림, 품평을 곁들여 보여준다. 김혜원 글·그림/씨네21북스·1만8500원.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남미 인권기행>
<남미 인권기행>
‘아픈 역사’ 찾아가는 중남미 기행

<남미 인권기행>

중남미 기행서는 많다. 멕시코 칸쿤 해변과 페루 마추픽추, 브라질 이과수 폭포 등이 단골 방문지다. 대신 지은이는 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이 시민들을 고문·학살했던 ‘엘올림포 수용소’, 니카라과 바나나 재배 농민들의 살충제 피해 배상촉구 시위현장, 체 게바라가 사살된 뒤 주검이 보관됐던 볼리비아의 발레그란데 병원 등을 찾았다. 그곳에서 군사정권 시절 실종자 가족, 볼리비아 원주민 운동가,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혁명 전사, 아르헨티나 5월 광장의 할머니, 해방신학 신부, 코카 재배를 놓고 시위를 벌이는 농민들과 만났다.

“피노체트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가족의 삶은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 “니카라과 혁명은 끝나지 않은 미완의 혁명이다.” “이럴 때일수록 해방신학은 더욱 필요한 사상이다.” 그런 목소리를 전한다. 미국이 반공산주의 정책을 펴면서 중앙정보국(CIA) 등을 통해, 군부의 ‘더러운 전쟁’을 지원했던 어두운 역사도 확인한다. 피노체트가 “칠레를 발전시킨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는 지지자의 목소리와 달러벌이에 바쁜 쿠바인들의 모습도 담았다. 또 그들 속에서, 1970~80년대 군부독재 체제를 경험했던 한국과 너무도 닮은 정치적 학살과 잔인한 인권유린을 확인한다. <한겨레21> 전문위원으로 중남미를 취재했던 지은이는 중남미의 정치적 변혁과 민중투쟁이 녹아든 오늘에서 역사와 혁명을 되새기고 있다. 칠레산 핏빛 포도주를 즐기는 우리에게 중남미의 아픈 현대사를 곱씹게 만든다. 하영식 지음/레디앙·1만3000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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