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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현대 아랍 대표시인 작품 번역출간

등록 2005-05-19 16:37

“바그다드여, 정복자들의 무덤이여…”

알사이얍·알바야티·아도니스

현대 아랍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세 사람의 시가 최초로 번역 출간됐다. 아랍문학 연구자인 임병필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가 편역한 <걸프만의 이방인>(화남)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현대 아랍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바드르 샤키르 알사이얍, 현대 아랍시의 완성자로 일컬어지는 압둘 와합 알바야티, 그리고 아랍 최고의 시인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아도니스의 시 75편이 묶였다.

“우리는 죽음과 약속을 했다/우리는 절망의 신발들과 친해졌다/우리는 자라서 쇳물을 가진 얼어버린 바다를 받아들였다/우리는 끝까지 항해한다/우리는 계속 움직인다 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우리는 새로운 신을 갈망한다.”(아도니스 <새로운 노아>)

시리아 태생이지만 레바논에 망명한 아도니스(75)의 시는 죽음과 부활의 극적 구조를 통해 아랍의 부활을 강렬하게 열망하는 시세계를 보인다. 그의 시는 그러나 아랍적 특징과 한계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 울림을 준다는 점에서 서구세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에 비해 이라크 태생의 동갑내기 시인인 알사이얍(1926~1964)과 알바야티(1926~1995)의 시는 서구문명의 대두와 독재권력의 횡포에 찢기고 무너지는 조국의 현실을 참담한 어조로 노래하는 것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라크와 아랍 전체의 수난을 아랍문명의 심장부라 할 바그다드라는 도시를 통해 대표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무덤들이/신음소리를 내고, 하늘이 도살장의 정원 같다./공중정원에서는 날카로운 도끼들에 잘린/머리들이 뿌려지고/까마귀 떼들이 눈들을 판다/태양이 서쪽으로 지고/그들의 머리카락 뒤 사지들을 물들인다./이것이 나의 도시인가?”(알사이얍 <신드바드의 도시>)

“바그다드, 별들의 도시여./태양의, 아이들의, 포도나무의/공포와 근심 걱정의 도시여./언제나 나는 너의 파아란 하늘을 볼 수 있을까?/너는 슬픔과 사랑으로 고동친다./언제나 나는 슬프게 불타는/가을 티그리스를 볼 수 있을까?”(알바야티 <바그다드의 시>)

말하자면 바그다드는 전체 아랍인을 대표해서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도시가, 그러니까 아랍인들이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알바야티의 노골적인 선동시 <정복자들의 무덤>은 어쩌면 오늘날 이라크를 정복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외세를 겨냥한 외침인지도 모른다.

“바그다드여, 정복자들의 무덤이여/우리의 새로운 아침이여./때려 부수자/때려 부수자/파시스트와 노예들의 군대를.”(<정복자들의 무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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