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평전〉
20주기 맞춰 철학자가 쓴 평전
여성 편력부터 사유 역사까지
초기·후기 나눠 철학 업적 평가
여성 편력부터 사유 역사까지
초기·후기 나눠 철학 업적 평가
〈사르트르 평전〉
베르나르앙리 레비 지음·변광배 옮김/을유문화사·3만5000원 <사르트르 평전>은 프랑스 ‘신철학’의 기수 베르나르앙리 레비가 장폴 사르트르(1905~1980·사진) 20주기를 맞아 2000년에 출간한 책이다. 원제가 ‘사르트르의 세기’인 이 평전은 철학자가 쓴 철학자 평전답게 통상의 전기물과 뚜렷이 구분된다. “사팔뜨기이자 콧소리 나는 작은 목소리의 키 작은 남자”에 관한 전기라면, 그 전기의 주인공이 언제 어떻게 ‘사팔뜨기’가 됐는지 알려주는 게 보통일 터인데, 이 평전에서는 그런 전기적 사실에 대한 친절한 서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 이 평전은 사르트르라는 인간이 만들어간 사유의 역사를 충실히 되밟고, 그와 얽힌 당대 모든 지식인·사상가들을 불러들임으로써 사르트르를 중심에 세운 20세기 지성사를 창출한다. 레비의 서술 속에서 20세기는 그대로 ‘사르트르의 세기’가 된다. 이 책이 그렇게 사유의 역사를 밟는다 하더라도, 시작부터 사유 속으로 직진하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이 책의 중간쯤에서 사르트르가 전기라는 장르의 요건에 대해 한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전기라고 하는 것은 아래로부터, 발로부터, 다리로부터, 성기로부터, 요컨대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기는 “신체 전체의 요약”이 돼야 한다. 사르트르의 이 말을 충실하게 따른 것이 레비의 이 평전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사르트르의 하복부에서, 다시 말해 그 유명하고도 지칠 줄 모르는 여성 편력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오직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글을 썼다”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이 게걸스러운 정복자의 모습에 뒤이어 사르트르의 영광이 전개된다. 1945년 마흔 살을 기점으로 하여 사르트르는 지식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 된다. “사르트르의 등장은 마치 솟아오름과 같았다.” 지은이는 사르트르의 출현을 “세계의 탄생”, “정신의 혁명”에 빗댄다. 그가 가는 곳마다 열광을 넘어 광기가 흘렀고, 충격과 진동과 범람이 일었다. 사르트르는 그 자신이 하나의 ‘정당’이었고, ‘국가’였고, ‘국가원수’였다. 사르트르의 이런 영광에 비례해 그에 대한 증오도 커졌다. 증오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사르트르는 “그 혼자만으로도 내전을 일으키는 전쟁기계”였다.
장 폴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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