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2〉
그리스비극 후기 대표작가 전집
천병희 교수가 원전으로 완역
비극 이끄는 인간 심리 입체화
천병희 교수가 원전으로 완역
비극 이끄는 인간 심리 입체화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2〉
에우리피데스 지음·천병희 옮김/숲·각 권 2만8000원·3만원 ‘그리스 정신의 가장 위대한 구현’으로 불리는 3대 비극작가의 작품이 완역됐다.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말 <아이스퀼로스 전집>(전 7편)과 <소포클레스 전집>(전 7편)을 펴낸 데 이어 이번에 <에우리피데스 전집>(전 19편)까지 완역·출간함으로써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작품 전체가 국내 최초로 원전 번역을 통해 한국어본을 얻었다. 그리스 정신의 깊숙한 곳을 우리말로 읽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세 비극시인은 그들의 고국 아테네의 전성기가 낳은 아들들이자 기원전 5세기를 그리스 문화의 황금기로 만든 주역들이다. 후대의 그리스인들은 세 사람을 모두 살라미스 해전(기원전 480년)과 연결해 기억했다고 한다. 살라미스 해전은 페르시아 대군의 침략에 맞서 아테네가 승리함으로써 그리스 패자가 되는 기점이다. 아이스퀼로스(기원전 525~456)는 45살 때 이 해전에 전사로 참가해 싸웠다. 10대 소년이었던 소포클레스(기원전 497~406)는 해전 승리를 찬양하는 축제에서 합창단 선창자로서 신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다. 또 그리스인들은 에우리피데스(기원전 485~406·사진)가 이해에 출생했다고 믿었다. 실제로는 그보다 4~5년 앞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쨌거나 이 일화에는 세 비극시인을 살라미스 해전과 함께 기억하려는 그리스인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요컨대, 세 비극작가는 아테네의 영광과 거의 동일시되는 인물들인 것이다. 세 사람은 그리스 비극 전성기의 초기·중기·후기를 각각 대표한다. 가장 앞선 아이스퀼로스는 합창 중심의 조잡한 무대에 대화를 도입함으로써 비극을 정립한 사람이다. 아이스퀼로스와 더불어 비극이 비극으로서 탄생했다. 소포클레스는 극중 대화 장면을 늘리고 규모를 키움으로써 비극을 완성시켰다. 이어 에우리피데스는 인물들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비극의 성격을 전환했다. 에우리피데스 이후로도 그리스 비극은 만들어졌지만 한번도 앞 시대의 영화를 재현하지는 못했다. 3대 비극작가와 함께 그리스 비극은 태어나고 완성되고 변모한 뒤 사멸하고 만 것이다. 그것은 그대로 아테네 문화의 흥성과 쇠퇴를 반영한다.
에우리피데스(기원전 485~406)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