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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99℃ 현실 향해 던지는 ‘불쏘시개’

등록 2009-06-10 08:39수정 2009-06-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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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항쟁 담은 만화 ‘100℃’
22년전 실제 역사와 가상 인물
씨줄·날줄로 엮어 육중한 극화
“민주주의는 100℃에 끓는다”
꼭 22년 전 오늘(1987년 6월10일) 자신이 뭘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동지들과 어깨 걸고 길바닥에 드러누운 대학생들, 넥타이 차림으로 뛰쳐나온 직장인들, 경적을 울려댄 택시 기사들, 팔던 김밥을 학생들에게 나눠준 아주머니들…. 이제 모두들 40대 이상 생활인이 됐다. 그때 기억은 점점 흐릿해진다. 젊은 세대들은 그 때의 장대한 몸짓과 함성을 텔레비전의 낡은 영상 속에서나 접할 뿐이다. 6월 항쟁은 그렇게 박제화되어간다.

그때 열기와 열정을 되살리는 책이 나왔다. 최규석의 만화 <100℃>(창비 펴냄·1만2000원)다. 87년 6월 항쟁을 생생한 극화로 재구성한 이 만화는 6월 민주항쟁계승사업회가 지난해 1월 누리집(http://610.or.kr)에 올린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최규석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 등 발표작마다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2008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한 작가다.

<100℃>는 투철한 ‘반공소년’이던 영호가 대학에 들어간 뒤 광주 항쟁의 진실을 알리는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가난한 시골집 출신의 영호는 쉽사리 학생 운동에 뛰어들지 못한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서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결국 행동에 나섰다가 끝내 옥살이까지 하게 된다.

87년 6월항쟁 담은 만화 ‘100℃’.
87년 6월항쟁 담은 만화 ‘100℃’.

줄거리는 초반 영호를 중심으로 흘러가다가, 주변 인물들로 점차 확장된다. 아들의 수감을 계기로 고지식한 시골 아낙네에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투사로 변모하는 어머니, 집안을 짊어져야 할 장남이란 무게 때문에 공부만 해야 했던 형, 술과 농담을 일삼던 ‘날라리 운동권’에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소중히 여기는 총학생회장이 된 선배 등의 얘기를 박종철 고문치사, 이한열 사망 등의 역사적 진실과 함께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당시 거리로 나온 갑남을녀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인 셈이다.

‘100℃’라는 제목의 의미는 만화 속 양심수의 대사로 설명된다. “물은 100℃가 되면 끓는데, 언제쯤 끓을지는 온도계를 넣어보면 알 수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포기도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난 흔들릴 때마다 지금이 99℃다, 그렇게 믿어. 99℃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

<100℃>는 지난해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한나라당이 압승한 18대 총선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거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많은 누리꾼들이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로 퍼날랐고, 책으로 펴내달라는 바람도 나타냈다. 작가는 이번에 원래 만화에다 ‘그래서 어쩌자고?’라는 제목의 부록을 덧붙여 냈다. 22년 전으로 갔던 시간여행에서 돌아와 2009년 현재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어서다.

광장이 닫혀버린 2009년 6월, 이 책의 표지를 두른 띠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지금은 99℃다. 100℃를 향해 민주주의는 다시 끓어올라야 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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