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읽는 CEO〉
사회과학 공부 이력 수학자 지은이
문명의 뿌리·진리로서의 가치 기술
문명의 뿌리·진리로서의 가치 기술
〈수학 읽는 CEO〉
박병하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수학자가 주인공인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제일 먼저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증명은 아름답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일하던 파출부가 묻는다. “증명에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고가 있나요?”“진짜 증명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지. (…) 왜 별이 아름다운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수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곤란하지만 말이야.” 차라리 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는 쉬워 보인다.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12년 동안 수학을 공부하는 보통 사람 가운데 수학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아니 인정이라도 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나 될까. a²+b²=c² ‘어떤 삼각형의 한 각이 직각이면, 빗변의 제곱과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은 같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다. 중학생도 아는 이 공식에 관해 유클리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같은 당대의 수많은 석학들이 자기만의 증명법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했다. 왜 이들은 단순해 보이는 이 정리에 그렇게 열광하고 매달린 걸까.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문명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이 뿌리를 통해서 도형과 직각의 개념이 줄기를 올렸고 그것을 통해 건축과 과학기술이 꽃을 피워 고대 피라미드에서 컴퓨터까지 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복잡다단한 거대한 문명의 발전을 떠받치고 있는 간결하면서도 결코 훼손될 수 없는 진리. 이것에서 수학자들은 고귀한 아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수학 읽는 CEO〉는 수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수천년 동안에 이뤄진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조망하며 수학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기술한다. 지은이는 러시아에서 박사 학위를 딴 수학자이지만 수학을 공부하기 전 사회과학을 공부했던 이력과 지식을 이용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수학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그 역사와 함의에는 무관심했던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말이다.
수학,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상상력.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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