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주는 생명 에너지〉
몰리 뱅 글·그림, 페니 치솔름 글, 이은주 옮김/웅진주니어·9500원
초등학생 시절, 수업 시간에 해를 그리고 색깔을 노랗게 칠했다가 선생님께 ‘한 소리’ 들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은 해가 빨간색이라고 말씀하셨다. 웬 빨간색? 내 눈에 보이는 햇빛은 분명 노란색이었기에 선생님의 ‘가르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태양의 표면온도가 섭씨 6000도라는 경험하지도 못한 지식을 가지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으레 빨간색이라고 생각한 것이리라.
그러나 이 책에서는 태양이 지구에 쏴주는 햇빛을 ‘노란 알갱이’로 그리고 있다. 불덩이가 펄펄 끓는, 그래서 이카루스의 날개를 태워버린 위압감을 털고 우리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일단 반갑다.
이 노란 알갱이(햇빛)는 광합성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노란 알갱이는 엽록소를 통해 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뿌리로 흡수된 물을 산소와 수소로 잘게 쪼갠다. 또 햇빛이 만든 에너지 꾸러미는 이산화탄소와 만나 당분을 만들어낸다. 당분은 식물에 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한다. 결국 햇빛이 있어 자랄 수 있었다.
작가는 태양의 소중함을 식물의 광합성 얘기 정도에서 끝내지 않았다. 사람은 태양이 만들어준 튼실한 식물을 섭취하고 에너지를 얻는다. 그뿐만 아니라 광합성 과정에서 식물이 내뿜는 깨끗한 산소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또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의 광합성을 가능하게 한다. 태양에서 나온 ‘노란 알갱이’가 이렇게 지구상에서 돌고 돌며 식물과 사람, 모든 생명체를 살게 하는 것이다.
지구상의 생명원리를 설명하는 큰 스케일만큼이나 이 책 저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글·그림을 맡은 몰리 뱅은 미국 도서관협회가 어린이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최고 권위 있는 상인 칼데콧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베테랑이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생태학을 가르치고 있는 페니 치솔름 교수도 집필을 도왔다.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 이은주 교수는 번역을 맡았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했으니, 전문적인 내용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확하게 옮겼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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