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속박에서 ‘여성미’를 구출하라
‘향유하거나 경멸하는’ 남성중심주의
의도적 외면에 외모지상주의만 판쳐
‘페미니즘적 꾸미기’ 주체화 전략 필요
의도적 외면에 외모지상주의만 판쳐
‘페미니즘적 꾸미기’ 주체화 전략 필요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김주현 지음/책세상·2만원 미학자 김주현 건국대 교수의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미학’을 검토하면서 그 미학에 의거해 페미니즘적 ‘외모 꾸미기’(beautification) 전략을 구축하려는 신선한 시도다. 지은이는 전통적인 논문 쓰기의 형식 안에 이른바 여성주의적 글쓰기의 한 양상이라고 할 주관적인 경험·느낌의 솔직한 표현을 담음으로써 이 연구서를 흥미로운 텍스트로 만든다. 지은이가 대화 상대로 삼은 독자는 일차로 페미니스트의 자의식을 지닌 여성들이다. 지은이의 고민의 출발점은 여성들의 외모 꾸미기가 아무런 미학적·이론적 성찰도 없이 산업으로서 번창하고 있는 현실이다. 외모 꾸미기가 진지한 탐구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그 공백을 외모지상주의 문화가 채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페미니즘 미학이 그 사태를 직시하고 외모 꾸미기의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이론적 과제가 된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지은이는 근대 부르주아 미학의 남성중심주의·이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근대 미학의 진정한 창시자라 할 이마누엘 칸트는 이런 말을 했다. “만일 여성들이 고통스러운 학습이나 힘든 숙고에 몰두한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무르익을 매력과 미덕을 놓치게 될 것이다. 심오한 철학이나 물리학으로 가득 찬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는 턱수염을 기른 것과 같다.” 이 발언에 근대 미학이 품은 반여성적 관념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지은이는 근대 미학이 여성의 미(아름다움)를 이중으로 경멸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경멸은 여성의 신체는 열등한 미에 속한다는 명제로 나타난다. 진정한 미는 육체의 미를 넘어 정신의 미에서 발견될 수 있는데, 여성에게는 정신 곧 이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여성의 미는 결국 정신의 아름다움에 미달한 아름다움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경멸은 여성의 미는 남성의 쾌락의 대상이라는 명제로 표출된다. 여성 신체의 미를 오직 남성이 음미하고 향유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다. “애초에 신체미를 열등한 것으로 폄하한 뒤 그것을 여성에게 할당한 것이 첫 번째 경멸이고, 그 신체미에서조차 여성을 대상으로 소외시키는 것이 두 번째 경멸이다.” 요컨대, 이 이중의 경멸이야말로 가부장제의 여성미 인식이다.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지은이는 포스트페미니즘을 ‘역행의 포스트페미니즘’과 ‘차이의 포스트페미니즘’으로 구분한다. 도취적 나르시시즘은 ‘역행’의 대표적인 양상이다. 페미니즘의 정치적 실천을 지워버리는 일종의 반페미니즘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달리 ‘차이의 포스트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단일한 실천, 단일한 이론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가부장제 극복이라는 공통의 정치적 목표를 향해 다양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실천하는 페미니즘을 가리킨다. 탈가부장제적 페미니즘 실천은 여성들의 외모 꾸미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신체의 아름다움을 거부하지도 않고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지도 않으면서, 페미니즘적 자기인식 안에서 정치적 실천으로서 외모 꾸미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포기할 일도 아니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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