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
김훈 장편소설 ‘공무도하’
일간지 사건 기자 주인공 시각
건조한 문체 약육강식 현실 담아
일간지 사건 기자 주인공 시각
건조한 문체 약육강식 현실 담아
김훈씨의 새 장편소설 <공무도하>(문학동네)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입사한 지 5, 6년쯤 된 일간지 사건 담당 기자 문정수가 그다. 그동안 역사소설을 주로 써 온 김훈씨가 자신의 기자 경력을 살린 ‘현대물’을 새 작품으로 준비한다는 말이 돌 때부터 이 소설은 관심을 끌어 왔다. <공무도하>의 주인공 문정수가 하는 일은 전형적인 사건 담당 기자의 그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구역의 경찰서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그것을 기사로 쓴다.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친부를 살해한 아들의 이야기, 기르던 개한테 물려 죽은 초등학생의 일, 홍수 때 물난리를 피하기 위한 이웃 동네 주민들 사이의 패싸움, 백화점 화재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문정수는 우리 사회에서 기자에 대해 지니고 있는 하나의 통념-그러니까 정의감에 불타는 지사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기자로서 그는 자신이 목격하고 확인한 사실(팩트)에 입각해서 메마른 기사를 쓸 뿐,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평등 같은 구조적 악에 기사로써 맞서고자 하는 의기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가 일개 사건 담당 기자라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자라는 전형성에 묻히지 않는 그 나름의 개성과 특이성에서 기인한 바가 더 커 보인다. 예컨대 그는 개에 물려 죽은 초등학생의 이혼한 어미를 수배하라는 선배 기자의 명령에 소극적으로 응하며, 백화점 화재 현장에서 억대의 귀금속을 빼돌린 소방관의 범행을 눈치채고도 그것을 기사화하지 않는다. 그 소방관이 나중에 신부전증 때문에 탈법적으로 콩팥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문에 쓸 수 없는 것들, 써지지 않는 것들, 말로써 전할 수 없고, 그물로 건질 수 없고, 육하(六何)의 틀에 가두어지지 않는 세상의 바닥”을 그는 이따금씩 여자친구인 노목희에게나 말해 줄 따름이다(아마도 그렇게 기사로 쓰지 못한 것들이 ‘기자 김훈’을 ‘소설가 김훈’으로 바꾸어 놓았으리라).
〈공무도하〉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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