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돈 탭스콧 지음·이진원 옮김/비즈니스 북스·2만5000원
수시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메신저로 분주하게 채팅을 나누며 ‘미니홈피’를 들락날락하는 신입사원을 이해할 수 없다면, 당신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주역은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신인류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던 시기, 처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쥐어보며 활용법을 익혔던 세대를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이민1세대를 일컫듯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라고 한다면, 그들의 자녀들은 디지털이라는 신세계에서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다. 비록 ‘벨기에의 수도가 어딘지는 외우지 못해도, 10분만 컴퓨터 앞에 앉혀 놓으면 벨기에의 수도부터 역사, 정책까지 핵심 정보들을 뽑아낼 수 있는’ 이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자신의 신체나 지각의 연장선상이다.
‘위키노믹스’ ‘프로슈머’ 등 뉴미디어 환경의 현상들을 분석하고 새로운 개념을 퍼뜨려 온 돈 탭스콧은 <디지털 네이티브-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을 출간하며 ‘디지털 네이티브’, 곧 ‘넷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넷세대는 1977년부터 97년 사이에 태어난 10~30대로, 컴퓨터와 인터넷 초고속광대역 통신망이라는 디지털 시대를 온전히 누리며 성인이 된 첫 번째 세대를 말한다. 베이비붐세대(1946~64년 출생자), X세대(1965~76년 출생자)와 이들을 갈라놓는 차이는 바로 디지털 기술이다.
텔레비전을 보며 로큰롤과 장발, 저항운동을 퍼뜨렸던 부모 세대들과는 삶의 방식부터 사고방식까지 다를 수밖에 없어 충돌과 편견도 생겨난다. <가장 멍청한 세대>를 쓴 마크 바우어라인 교수 등은 넷세대가 책을 읽지 않으며 의사소통에도 서투르고, 컴퓨터와 인터넷에 중독돼 운동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P2P(개인간 네트워크 통신)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어기고 ‘다운로드’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며, 친구들을 폭행한 동영상을 죄책감 없이 유튜브에 올리고 낄낄거리며, 마이스페이스·유튜브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집중한다. 정치보다는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고, 신문을 읽지 않으며 투표도 하지 않는 경향을 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글쓴이는 디지털 환경이 가져온 불가피한 변화를 기성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넷세대 공포증’이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문명에서 태어나 자란 넷세대는 연결을 중요시하는 등 그들만의 문화적·사회적 특징을 갖고 있는데, 기성세대의 조직문화와 충돌하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짬만 나면 미니홈피에 ‘셀카’를 올리고 ‘트위터’로 대화하는 넷세대들에게 직장 상사들은 눈살을 찌푸리지만, 이는 지난 세대가 업무의 스트레스를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개비로 풀었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한때 기업에서 이메일 사용이 “비생산적”이라며 금지했던 사실이 지금은 어처구니없는 우스갯일이 되었듯이, 인터넷 사용 제한 또한 세대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넷세대 직원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하지만, 베이비붐 세대 직원들은 디지털 세계로의 접속을 차단한다. 당연히 세대간의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넷세대’를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소비자로 마주 대해야 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글쓴이는 넷세대의 특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선호 △맞춤화에 익숙 △철저한 조사를 통한 감시자 △성실하고 투명한 기업을 원함 △엔터테인먼트를 추구 △협업을 중시 △스피드 △혁신 8가지로 정의하고, 이들의 생활양식을 알아야 미래 세대의 발전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빠른 속도의 열린 소통, 방대한 정보수집과 가치 판단에 익숙한 넷세대들이 학교·기업문화를 비롯해 정치적 현장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실제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데엔 ‘마이버락오바마닷컴’과 ‘트위터’를 통한 넷세대의 ‘디지털 협업’의 힘이 컸듯이, 넷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급류에 휩쓸려가는 기성세대를 위한 흥미진진한 신인류 탐구 보고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