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무위당…일속자…장일순의 깨달음

등록 2009-12-25 20:40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굳세고 힘 있는 그의 예서체는 장엄했고, 수묵화에서 도달한 경지는 각별했다. 그의 붓길이 스민 묵란에는 득도의 아우라가 서려 있었다. 꽃대를 치고 그 위에 사뿐히 얹은 꽃잎은 소박한 민초의 얼굴 같기도 하고 그윽한 미소로 눈 감은 부처 같기도 했는데, 그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으로 보건대 그 자신의 얼굴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억지로 하는 법이 없어 호를 무위당(無爲堂)이라 했다. ‘좁쌀 한 알’ 같은 존재라 하여 스스로 일속자(一粟子)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좁쌀 한 알에 우주 만물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작은 공간 원주에 머무르면서 반도와 두루 통했고 우주와 교감했다. 원주가 민주화의 성지, 생명운동의 요람이 된 것은 오로지 그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장일순(1928~1994) 선생은 ‘빈 중심’이었다. 태풍의 눈처럼 조용히 움직여 사람을 부르고 뜻을 모았다. 무위당이 떠난 지 15년, 그가 정말 좁쌀 한 알처럼 잊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후학들이 선생의 생전 말씀을 모아 잠언집으로 펴냈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에는 기독교 성경은 물론이고 노장·동학 사상에 정통했던 무위당의 깨달음의 언어가 그의 성품 그대로 소박하게, 그러나 지극하게 담겼다. 책 후반부는 생전에 무위당 곁에서 말씀을 받아 적은 김경일 신부의 메모에서 추린 것들이다. 그는 말한다. “순정을 바치는 것이 최고의 예의다.” “진실을 위해 싸운다면 그 방법도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김익록 엮음/시골생활·1만2000원.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