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된 근대화〉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모순적 이중성
과실 커질수록 비판의식 늘어나 ‘파국’
과실 커질수록 비판의식 늘어나 ‘파국’
〈동원된 근대화〉
조희연 지음/후마니타스·2만원 <동원된 근대화>는 박정희 독재체제를 붙들고 숙고해온 사회학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야심작이다. 지은이는 2007년 출간한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에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조망한 바 있다. <동원된 근대화>는 이 역사 서술을 전제로 삼아 박정희 체제의 근본성격과 작동방식을 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박정희 시대 이해의 지평을 넓혀 놓는다. 지은이는 박정희 독재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로 ‘개발동원체제’를 제안한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르면, 개발동원체제는 후발 국가들이 국민을 동원하여, 개발·발전·성장으로 요약되는 ‘근대화’를 지향하는 체제다. 이 체제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후발 국가들에서 특히 전형적으로 나타나는데, 박정희 체제는 바로 ‘후-후발 국가의 개발동원체제’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이 ‘복합적 분석’의 중요함이다. 박정희 체제를 ‘폭압 독재’의 틀로만 이해하거나 반대로 ‘경제 발전’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단선적·일면적 시선은 이 시대의 복합적 성격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인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정치사회적 이중성’에서 말하는 ‘이중성’이 이 복합적 성격을 가리킨다. 박정희 체제는 국민을 억누르고 쥐어짜는 ‘수탈국가’이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성장 국가’이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두 성격은 서로 내적으로 연결돼 상호작용했으며, 이 상호작용을 통해 체제가 작동하고 위기를 겪고 파국으로 나아갔다고 이 책은 말한다.
박정희 흉상 비석.
경제가 성장해 그 과실의 일부가 국민에게 돌아가자 생각의 여유, 곧 권리의식이 커졌고, 또 동시에 그 과실이 한쪽에 편중됨으로써 국민의 비판의식이 커졌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국민은 저항주체, 곧 민중이 되어갔다. 1960년대에 국민의 자발적 동의를 부분적으로 얻었던 박정희 개발동원체제는 1970년대에 들어와 그 동의의 근거를 상실했다. 박정희는 1972년 유신체제를 세워 이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순전한 강압과 폭력이었고, 동의 기반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 최종 결과가 박정희 체제의 파국이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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