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불량야구단〉
〈천하무적 불량야구단〉 <열외인종 잔혹사>로 지난해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 주원규씨가 새 장편소설 <천하무적 불량야구단>을 내놓았다. 80년대를 풍미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시키는 야구소설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을 고교 선수들 대하듯 하며 지옥 같은 훈련과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이름높은 김인석 감독은 ‘불량 감독’으로 이름이 높다. 그가 이끄는 삼호 맥시멈즈가 정규리그 우승을 거쳐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다. 상대는 정규리그 17승2패의 미성 스틸러스. 맥시멈즈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리즈 1차전을 앞둔 그에게 팀의 단장인 맹호성이 수상쩍은 제안을 한다. 모기업 삼호철강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미성그룹을 위해 ‘져주기 게임’을 하자는 것. 다혈질 김인석은 당연히 제안을 거부하지만, 이미 미성 쪽에 매수된 선수들과 코치진은 시리즈 1~3차전에서 시종 졸전을 펼친 끝에 패배하고 만다. 벼랑 끝에 몰린 김인석은 ‘퇴물’ 홈런 타자 장석준과 미성 집안 아들에게 애인을 빼앗긴 괴물투수 강태환, 그리고 2군에서 갑자기 데려온 선수 몇몇을 조련해 나머지 경기에 임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극적인 역전 승리를 일궈 내는 ‘야구 드라마’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한국 시리즈 최종 7차전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은 드라마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의 축포라고나 할까. <열외인종 잔혹사>의 인물들과는 또 다른 열외인간들의 분투기가 야구장과 프로야구 산업의 세계를 무대로 눈물겹게 펼쳐진다. 경기에서의 승리가 현실의 승리로 곧장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에필로그가 씁쓸하다. /새움·1만1800원.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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