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바라보는 11가지 시선〉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11가지 시선〉
김성보·한운석 기획편집/역사비평사·1만5000원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올해, 이 전쟁을 주제로 한 남한과 독일 학자들의 연구결과물이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역사문제연구소와 독일 포츠담현대사연구센터가 2005년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 내용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 책은 냉전시대 최초의 대규모 국제전이었던 한국전쟁이 남북한을 현재의 모습대로 강제한 가장 큰 계기였으며, 국제사회에서도 냉전체제를 공고히 한 전쟁으로 평가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남한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비로소 ‘현재의 남한’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한-미동맹’과 ‘시장경제체제’라는 현재 남한 사회를 규정하는 두 특징이 한국전쟁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광물자원의 국유화”를 명시하는 등 “사회주의적 균등원리”를 강조했던 1948년 건국헌법이 시장경제체제를 확고하게 수용한 1954년 전후헌법(일명 사사오입 헌법)으로 바뀐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건국헌법이 일제 강점기 투쟁 전통 등에 힘입어 균등주의를 강조했으나, 한국전쟁 이후 원조를 무기 삼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자유시장경제가 수용됐다는 것이다. 북한 또한 다르지 않다.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북한에서도 “생산도구의 상실 등 전쟁 피해로 인한 상호협동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등 한국전쟁을 계기로 사회주의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또 김 교수는 “전쟁 전까지 한반도는 소련과 미국이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전략거점은 아니”었는데, “전쟁을 겪으면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의 주요 경쟁무대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왜 그럴까? 이 부분은 포츠담현대사연구센터의 독일 학자들이 답한다. 미하엘 렘케 독일 훔볼트대학 교수는 한국전쟁을 통해 동독과 서독 모두 극심한 전쟁 공포에 휩싸였음을 지적한다. 동독에서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즉시 사재기가 일어났으며, 옛 서독의 경우도 “미래에 대한 비관주의가 그렇게 강하게 표출된 적은 다시 없었다.” 미·소 양 진영은 모두 상대진영 공격에 의해 독일이 ‘유럽판 한국’이 될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하며 서로 군비 강화를 추진해나갔다. 요컨대 한국전쟁은 동서 양 진영에게 상호 이념공세를 강화해나가는 기제로 작용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전쟁을 매개로 냉전을 강화했던 옛 주체들과 제도들은 이미 사라져버렸는데, 남북한은 여전히 냉전상태라는 것이다. 때마침 통일운동진영에서는 한국전쟁 개전 60돌인 올해 6월25일을 전후해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6·2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반전의 카드로, 승리하면 그 여세를 몰아 레임덕 방지용으로 쓰기 위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정비가 절실함을 잘 알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도 마다할 수 없는 회담이다. 물론 이런 분석이 정확한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만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좀더 체계적으로 그 의제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이 ‘한판 쇼’가 안 되려면,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와, 그 상처에서 벗어날 방도가 바로 핵심 의제가 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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