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집 ‘귀가 서럽다’
자식이라면 늘 애가 타는 모성
살가운 남도 사투리로 생생하게 담아
자식이라면 늘 애가 타는 모성
살가운 남도 사투리로 생생하게 담아
어머니의 검은 귀에 바치는 송가. 이대흠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귀가 서럽다>(창비)의 세계를 이렇게 요약해 보자. “몸이 검다는 것은 울음이 많이 쌓였다는 것/(…)/ 온갖 소리 다 스민/ 저 아래에서/ 도대체 뿌리는 얼마나 많은 귀일까”(<고매〔古梅〕에 취하다> 부분) “오래된 것들은 지나온 세월만큼 얼굴이 검습니다 하찮은 것도 쉬이 흘리지 못하고 받아들인 덕분입니다 고목나무 뿌리가 저렇게 검은 것도 돌이 되어 가라앉는 누군가의 속울음에 귀를 세웠기 때문입니다”(<시간의 뿌리> 부분) 인용한 시들에서 검은 귀라는 이미지는 연민의 시간의 축적을 상징한다. 오랜 세월 누군가의 울음에 귀 기울인 결과가 검은 얼굴 또는 몸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할 때 검은색이란 시간에 따른 오염 및 마모와 더불어, 애태우며 안쓰러워하는 마음을 가리키게 되며 귀는 그 몸과 마음의 가장 예민한 촉수에 해당한다 하겠다. 오랜 세월에 걸친 고통과 연민으로 검게 변한 수족이 거꾸로 향기와 생명의 원천이 되는 역설을 다음의 두 시에서 만날 수 있다. “뒤란에 매화향 가득하다// 참 많이 앓았겠다”(<열이 오르다> 부분) “꽃무릇도 상사화도 기린초도 수선화도/ 어머니의 검은 손이 닿자 갑자기 명랑해진 아이처럼/ 무어라 무어라 말을 해대며 생기를 띠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손에는 내 손에 없는 귀가 수백 개/ 수천 개 열려 있는 것이었다”(<어머니의 손바닥엔 천 개의 귀가 있다> 부분)
이 시집은 모두 4개의 부로 나뉘어 있는데 제2부에 실린 16편은 오롯이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는 데에 바쳐진다. 그 중 싱가포르로 돈 벌러 간 큰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중학생인 시인에게 받아쓰게 하는 형식의 시에는 끝없이 베풀면서도 언제나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뿐인 우리네 전통 어머니상이 잘 나타나 있다.
<귀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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