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철학〉
‘현실 외면한 위선’ 자가당착 비판
“더러움 무릅쓴 정치실천 감행해야
“더러움 무릅쓴 정치실천 감행해야
〈더러운 철학〉
김진석 지음/개마고원·1만5000원 일찍이 ‘철학의 빈곤’에 관한 책을 쓴 철학자는 있었지만 ‘철학의 더러움’에 관한 책을 쓴 철학자는 여태 없었던 듯하다. 철학자 김진석 인하대 교수가 쓴 <더러운 철학>이 ‘철학의 더러움’에 관한 최초의 책이 아닐까. “철학은 더럽다”라고 선언하는 이 책은 철학이 왜 더러운지, 어떻게 더러워졌는지 따져보는 철학적 에세이자, 철학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의 더러움을 진단하는 정치적 에세이기도 하다. 지난 10여년 우리 사회 현실에 개입해 적극적으로 발언해왔던 지은이의 정치적·철학적 고민이 ‘더러움’이라는 말에 집약돼 있다. 지은이는 먼저 자신의 직업이자 소명인 철학의 존재론적 현황 혹은 철학자의 실존적 사태를 고백조로 규명한다. 오늘날 철학은 더러운 학문이 되었고, 철학자는 더러운 직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철학적 말들이 대상을 찾지 못하고 제 집도 찾지 못한 채 더러운 바닥에서 방황하고 뒹구는 모습”이 오늘 철학의 실상이다. 철학이란 보편적인 개념을 통해 세계의 근본, 문제의 근원을 따져들어가 밝혀내는 고상하고도 심오한 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지은이가 보기에, 오늘날 철학은 이런 지위를 잃고 더러운 진창에 떨어졌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더러움을 인정하지 않고 고고한 표정을 짓는 것, 이것이 철학의 진짜 더러운 모습임을 알지 못하는 철학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철학의 더러움을 인정하고 더러운 모습 그대로 내버려 두고 말 것인가. 지은이는 이 더러움의 와중에도 철학의 할 일이 있고 철학의 출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철학이 더러움에 빠졌음을 흔쾌히 인정하고, 이런저런 세상의 더러움을 다 받아들여 그 더러움을 무릅쓰는 것이다. 더러움과 함께 더러움 속에서 뒹굴면서 기어 나아갈 때 세상의 더러움을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진단 혹은 해법에 이어, 이 책은 철학이 더러움에 빠진 상황을 보여준 뒤, 그 더러움을 무릅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례를 들어 설명한다.
철학자 김진석 인하대 교수
전쟁기계와 결부된 노마디즘이 폭력과 전쟁의 개념이고 그래서 삶의 더러움에 물든 개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전쟁기계의 그 더러움을 무릅쓰는 노마디즘 개념이야말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는 개념이자 현실의 더러움을 닦아낼 수 있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더러움 속에서 더러움과 함께 나아가는 존재를 지은이는 ‘더러운 주체’라고 명명한다. 엉뚱하고 삐딱한 주변인들, 곧 더러운 주체들이 정치에 대해 발언하고 정치적 실천을 감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더러운 철학이 살아 있는 철학이고, 더러운 주체가 살아 있는 주체다. 지은이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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