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62)씨
이문열씨 소설 ‘불멸’ 출간
“안중근은 동양적 테러리스트라는 의미에서 의사이고, 독립군 참모장이라는 점에서 장군이기도 했으며, 그 행위의 장렬함에서는 영웅이라 불려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세 가지 명칭은 각자가 타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있어 보입니다. 저는 안중근이 조국과 동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치에 자기를 던짐으로써 불멸을 얻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불멸’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안중근을 표상하고자 했습니다.” 이문열(62·사진)씨가 안중군의 생애를 평전 형식으로 조명한 소설 <불멸>(전2권, 민음사)을 내놓고 2일 기자들과 만났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은 일제의 재판을 거쳐 이듬해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스러졌다.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이다. “안중근과 이순신, 김유신 등 역사 인물 몇 사람을 소설로 쓰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 무렵 제가 각본을 쓴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사 에이컴 쪽에서 안중근을 뮤지컬로 만들자면서 대본 집필 의뢰가 왔죠. 당시에는 검토 끝에 사양했는데, 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2008년 신문 연재 제의를 받으면서 조금은 갑작스럽게 쓰게 됐습니다. 뮤지컬로 각색할 만한 드라마투르기는 부족해 보여도 차분하게 산문으로 풀어나가기에는 충분히 문제적 인간이 안중근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불멸>은 동학도를 토벌하기 위해 사병(私兵)을 일으킨 부친 안태훈과 함께 전투에 나서 싸움을 승리로 이끈 안중근이 돌아오는 길에 일본군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순박한 민초로서의 동학도들을 목격하면서 충격을 받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뒤 천주교에 입교하고 탐관오리의 폭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다가 학교를 운영하는가 하면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국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치던 안중근은 국내 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해삼위로 떠난다. 그곳에서 의병에 가담하고 열한 명의 동지들과 함께 손가락을 끊어 조국에 충성을 다짐하는 동의단지회를 결성하기도 한 안중근은 마침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고 30년 6개월 남짓한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안중근처럼 누구나 다 아는 인물을 새삼 소설로 쓰면서 저는 처음에는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작가적 상상력과 허구로 채우려 했습니다. 그러나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특성상 함부로 주관화·소설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평전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게 됐습니다.” “안중근을 둘러싼 국내외의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고자 노력했다”는 작가는 “민족주의를 용도폐기된 이념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서 안 의사를 돌아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씨는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오늘은 <불멸>의 작가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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