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1〉
공식 저서 대신 자필유고 중심 연구
‘권력의지’·‘영원회귀’ 개념 본질 캐내
‘권력의지’·‘영원회귀’ 개념 본질 캐내
〈니체1〉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박찬국 옮김/길·3만8000원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사진)가 가장 집요하게, 되풀이해서 대결했던 철학자가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다. 니체에 대한 하이데거의 대결은 1961년 두 권으로 출간된 대작 <니체>에 집약됐다. 이 두 권 중 첫 번째 권이 하이데거-니체 연구자 박찬국 서울대 교수의 노력으로 처음 우리말로 옮겨졌다. 박 교수는 1990년대 중반에 <니체> 두 번째 권의 일부를 우리말로 옮겨 <니체와 니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펴낸 바 있다. 옮긴이는 <니체와 니힐리즘>에 담긴 내용을 포함해 나머지 전체를 번역해 <니체2>로 펴낼 예정이다. <니체>는 하이데거가 1936~1940년 사이에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했던 강의의 기록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하이데거는 이 기간에 ‘예술로서의 권력의지(힘에의 의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 ‘인식으로서의 권력의지’ ‘유럽의 니힐리즘’, 이렇게 네 학기 강의를 했다. 또 1940~1946년 사이에 몇 편의 니체 논문을 집필했다. 그중 앞의 세 강의록이 <니체1>에 수록됐고, 나머지 강의와 논문이 <니체2>에 묶였다. 이 강의와 논문은 주제의 연속성이 있으면서도 각각 별도로 성립된 것이어서, <니체1>만으로도 나름의 완결성 있는 저작을 이룬다. 하이데거의 <니체>는 20세기 후반 니체 사상 부활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헌이다. 이 저작이 출간되고 1년 뒤 질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이 출간됐으며, 이후 니체에 관한 관심과 해석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탈근대철학의 급류를 이루었다. 하이데거의 <니체>는 20세기 후반을 휩쓴 그 흐름의 출발점에 놓인 책이다. 니체 해석자라면 누구나 하이데거의 <니체>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고, 하이데거의 해석과 정면 대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이 책은 압도적인 고전의 지위를 누렸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
이런 니체 모습을 그려내는 데 하이데거가 동원한 것이 니체 사상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권력의지’(힘에의 의지)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 두 개념이다. 하이데거가 보기에 ‘권력의지’라는 개념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존재하는 것들, 곧 존재자의 근본성격을 규정하는 개념이며, ‘영원회귀’는 그 존재자들의 존재형식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하이데거는 니체가 권력의지를 영원회귀로서 사유하고 고찰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니체 사상의 핵심을 찾아들어가는 하이데거의 방식이다. 하이데거는 니체가 직접 발간한 저서들을 거의 배제하고, 사후에 <권력의지>로 묶인 유고에 의존해서 니체 사상의 본질을 밝히려 한다. 하이데거가 보기에 니체 철학의 정수인 ‘권력의지’와 ‘영원회귀’는 발간된 책들에서 짧은 암시로만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을 뿐 그 본질은 침묵 속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생전에 발간된 책만으로는) 우리는 니체가 이미 알았고 끊임없이 철저하게 사유했지만 공표하지 않았던 것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자필 유고를 들여다볼 경우에만 비로소 한층 명료한 상을 얻을 수 있다.” 하이데거는 이렇게 유고를 비판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권력의지와 영원회귀를 니체가 체험했던 것처럼 추체험하려 한다. 그리하여 하이데거의 해석 속에서 니체는 서양 형이상학의 파괴자이자 극복자가 아니라 서양 형이상학의 완성자, 서양 니힐리즘의 극단으로 나타난다. 하이데거의 이런 니체 이해 방식은 뒤에 많은 논쟁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니체 전기를 쓴 레지널드 홀링데일은 하이데거가 유고를 가지고 니체 철학을 재구성한 것을 두고 “하이데거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니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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