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 시인의 시전집 출간기념회에서 박형준 시인이 제자들이 쓴 편지를 시인에게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암 투병 시인 최하림씨 ‘시전집’ 출간기념회
“밤새 큰 눈이 오고 날은 아직 춥지만 햇살에서는 역시 오는 봄이 느껴지는 날입니다. 이런 좋은 자리에서 선생님의 시 전집 출간을 축하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모임을 하게 돼서 기쁩니다.” 시인 장석남(한양여대 문창과 교수)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18일 오후 2시 경기 양평 서종면 갤러리서종에서 열린 최하림(71) 시인의 시전집 출간 기념회 자리였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최하림 시전집>에는 1964년 등단한 시인이 그동안 낸 시집 일곱 권, 그리고 마지막 시집을 낸 2005년 이후 쓴 근작시 21편과 시인의 습작기 작품 10편 등 모두 363편이 묶였다. 습작기 작품 등 363편 수록
서울예대 제자들 행사 마련 “우리 시단을 주도해 왔던 두 경향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순수와 참여의 분리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의 완성이라는 목표에 연결시키려 했다”(문학평론가 김치수)는 평가대로 최 시인은 <창비>와 <문지>로 대표되는 시단의 두 유파를 아우르면서 동시에 넘어서려는 독자적인 시 세계를 일구어 왔다. 이날 출간 기념회는 80년대 중반 서울예대에서 시인의 시창작 강의를 들었던 제자들, 장석남·이병률·이원·박형준 시인 등이 마련했고 후배 작가 등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해 간암 진단을 받고 요양 중인 최 시인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80년대 중반 햇살 가득했던 남산 아래 교정을 오가면서 들었던 학생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노랫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합니다. 때로는 리라초등학교 교정을 거쳐 남산으로 올라가기도 했죠. 리라 교정에 있던 큰 은행나무가 노란 은행잎을 떨어뜨린 길을 오가는 일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니 그때 그 은행나무 아래를 걷던 것 같은 행복을 다시 느낍니다. 살다 보면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는 일도 있는데, 오늘 이 과분한 자리가 저에게는 바로 그런 뜻밖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 이어 제자들은 꽃다발과 밤새 쓴 감사의 편지를 전달했고, 박형준·이병률·이원씨 등 후배 시인들의 답례 소감도 잇따랐다. 김윤배 시인의 말마따나 “행복한 스승에 행복한 제자들이 함께 한” 아름다운 자리였다. 양평/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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