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서관 기행〉
〈세계 도서관 기행〉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 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생명체가 태어나는 과정에서 그가 속한 종족이 밟아왔던 진화의 단계를 모두 경험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정확하게, 인간의 사상에도 적용될 듯하다. 곧 새로운 ‘한 시대의 지성’이 되려면, 우선 그는 선사 이래로 인간이 만들고 축적한 지식들을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인간 개체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된다면, ‘인간 사상의 자궁’ 구실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곳은, 고대 파피루스 두루마리와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을 볼 수 있고, 볼테르의 손때 묻은 책과 마르크스의 투쟁과도 같은 학습 현장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도서관이다.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유종필씨의 <세계도서관기행>은 세계 아홉 나라 40여 곳의 ‘사상의 모태’를 보여준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의회도서관, 러시아의 독특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도서관, 해리포터의 상상력을 느끼게 해주는 영국의 대영도서관, 북한이 자랑하는 대규모의 평양 인민대학습당 그리고 우리나라의 크고작은 도서관까지. 이 책은 ‘사상의 모태’로서 도서관을 이해할 때에만 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5차례나 불탔는지를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 땅의 새 주인은 옛 사상의 모태를 없앨 때에만 그곳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더 큰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라고 밝힌 전 세계의 도서관들은 오늘도 수많은 ‘내일의 지성’을 잉태하고 있을 것이다. /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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