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였을 때〉
〈아시아가 세계였을 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로마의 번영을 상징하는 말이지만, 이는 또한 “모든 길을 통하게 만들었기에 로마는 번영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길은 만남과 거래, 곧 번영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스튜어트 고든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쓴 <아시아가 세계였을 때>도 “길은 곧 번영”이라는 사고에 기초해 500~1500년 사이, 1000년의 아시아를 돌아본 책이다. 그는 당시 “부유함이 넘치는 동방”이라는 개념은 바로 사통팔달했던 여행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를 구법승·대사·학자·상인·통역자·무사 등 아홉 여행자의 여행기를 통해 확인한다. 그들은 당나라 때 불교의 근원인 인도를 향해 떠났던 구법승 현장(여행기간 618~632년), 바그다드에서 칼리프로부터 임무를 부여받고 불가르족을 개종시키기 위해 길을 나섰던 대사 이븐 파들란(921~922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무역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거래를 했던 유대인 향신료 상인 아브라함 빈 이주(1120~1160년), 대상 경로를 따라 여행하며 수많은 왕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구실을 했던 이븐 바투타(1325~1356년) 등이다. 이들은 모두 대양을 건너고 넓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등 험한 여행을 통해 아시아에 길을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하나의 길은 열 개, 백 개의 길로 확산된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 법사의 모델이기도 한 현장의 인도 여행길이 대표적이다. 경전을 얻기 위한 현장의 고되고 험한 여행길을 계기로, 인도와 중국은 그 뒤 100년 사이에만도 50여 차례의 사절을 교환할 수 있었다. 구하원 옮김/까치·1만5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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